[뉴욕 외채협상] 미/일/유럽 이견 .. 우리측 전략

[ 뉴욕=이학영 특파원 ] 외환위기 탈출여부를 가름할 뉴욕 외채연장담판이 오늘(현지시간 21일)새벽 시작됐다. 우리측 대표단의 전략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뉴욕에 베이스 캠프를 마련한 우리 대표단은 20일 두팀으로 나누어 1진은 워싱턴에서 미정부와 국제기구 대표들을 만났고 2진은 뉴욕에 남아 전일에 이어 국제 금융기관들과 개별 협상을 전개했다. 국제금융기관들간에도 외채 연장 조건에 관해 의견차가 벌어져 있는 것은 우리대표단이 어느 정도 운신의 여지를 가질수 있다는 데서 그나마 유리한 국면이다. 우리측은 금리를 한자리로 낮추고 콜옵션을 반드시 확보한다는 외채 상환연장조건을 재차 확인하고 있다. 협상 전략과 관련해서는 일단은 미국금융기관을 채권단의 주된 협상창구로하되 여차직 하면 유럽이나 일본의 금융기관들과도 충분한 대화를 갖는다는전략을 굳히고 있다. 주요인사 면담 =김용환 대표를 단장으로한 대표단 1진은 20일 위싱턴으로 날아가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 등 미국정부인사들과 접촉하고 이어 IMF와세계은행(IBRD) 수뇌들과 잇단 접촉을 가졌다. 루빈 재무장관은 간략한 성명을 통해 "한국의 개혁 작업이 잘 추진되고 있다고 본다. 한국이 장기적이고도 종합적으로 외채의 만기연장 등을 추진할수 있도록 채권단은 숨쉴 여유를 주어야 한다"고 발표하는 등 지원사격을 해주어 관심을 끌었다. 그는 또 한국이 "추가로" 자금을 마련할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어야 한다고강조해 단순한 외채연장 뿐만아니라 새로운 자금의 지원이 있을 것임을 암시해 주목을 받았다. 대표단은 루빈 장관을 만난데 이어 스탠리 피셔 IMF 부총재 등과도 회담을갖고 그동안의 개혁조치들에 대해 설명하고 적극적으로 평가한다는 반응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에 계속 잔류한 정부측 대표단은 전체회담에 앞서 각 채권기관과 개별접촉을 벌였다. 우리측 전략 =대표단은 시티은행에서 개최되는 협상에 40여개 금융기관들이 참석하는 만큼 그들의 의견을 먼저 듣기보다는 우리측 방안을먼저 제시하고 이를 기초로 협상을 진행한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우리측이 제시할 방안은 금리는 한자리 이내로 한다. 가능한한 리보 플랫(리보+0% 가산 금리 없는 조건) 수준을 확보한다 정부 보증은 최소화한다 연장은 가능한한 장기화한다 조기상환 조건(콜옵션)을 반드시 확보하되 1년 정도의 기간으로 한다 국가신인도가 회복될 때까지는 채권발행을 억제한다는 등이다. 대표단의 한관계자는 이들 5대 협상조건을 최대한 관철시키되 만일 채권단에서 받아들일지 않을 경우 협상을 장기전으로 끌고갈수도 있다고 말했다. 협상 상대와 관련해서는 일본과 유럽의 채권금융기관도 중요하지만 "회의 소집 주체가 미국금융기관이고 이들이 지난연말 자금지원에 적극적이었던 만큼 미국을 중심으로 협상을 진행하게 될것"(김용환 대표)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협상의 진행경과에 따라 미국 유럽 일본금융기관들과 별도의 그룹별협상을 갖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망 =21일 협상에서 우리측 방안을 먼저 제시해 반응을 본다음 바로 항목별로 구체 협상에 착수하거나 채권단에서 연장방안을 내놓을 경우 이를검토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으로 협상을 개시할 방침이다. 대표단은 김용환 수석대표는 회의 이후 귀국하고 정덕구 재경원 제2차관보를 실무단장으로 한 나머지 협상단은 뉴욕 현지에 잔류하면서 채권단과 협상을 벌여 간다고 일정표를 마련하고 있다. 정덕구 차관보는 자신의 귀국일정이 늦추어 질수록 이는 좋은 징조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