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글로벌 경영 .. 장철훈 <조흥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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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알려진 일이지만 구한말 제너럴 셔먼호가 강화도에 나타나 수교를 요구할 당시 우리 정부의 정책은 요지부동한 쇄국이었고, 비슷한 시기에 일본은 서양문물을 배우고자 과함히 문호를 개방했다. 그 결과는 이미 양국의 역사가 웅변으로 말해 주고 있고, 우리는 그 대가를수십년간이나 치러야 했다. 물론 그것이 전적으로 뒤늦은 개방에만 원인이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와 빈약한 부존자원 때문에 눈을 밖으로돌리지 않고서는 살기가 어렵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글로벌 시대가 진전되면 될수록 그 어려움은 더욱 커질수 밖에 없다. 우리는 그동안 글로벌경영을 단순히 기업의 해외 진출 정도로 이해하고,현지 생산.판매망 구축이라든지 현지법인 설립등 외형적인 요소에만 관심을치중해온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참된 의미의 글로벌경영은 시장개방과 자유경쟁원리를 토대로 한새로운 국제규범과 관행을 엄격히 준수하는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번 국가적 경제위기를 통해 다시 한번 절실히 깨달았다. 비록 준비가 소홀했기에 받은 타격이 너무나 크긴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기업과 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가 국제규범에 맞는 글로벌 체제를 착실히 다져서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한다는 각오로 경제희생을 위해 매진한다면 우리에겐 분명 희망이 있다. 우리는 이미 지난 70년대 초반 오일 쇼크 때 외환보유고가 바닥난 상태에서눈을 중동으로 돌려 안팎으로 궁핍했던 위기를 타개해낸 귀중한 경험을 갖고있다. 최근 우리경제의 희생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외환위기도 글로벌시대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데서 원인을 찾을수 있으니 만큼, 이런때 일수록 눈을밖으로 돌려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