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구의 골프컨트롤] (193) 2등의 존재이유

지난해 미PGA투어 상금랭킹 2위인 데이비드 듀발(26)은 93년 투어에 입문한 이후 2등만 일곱번을 했다. 약4년여동안 첫승을 위해 노심초사하던 그는 급기야 지난 시즌 막바지 3개대회에서 연속우승하며 프로첫승이 3연승으로 연결된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프로골프에서 "2등의 안타까움"은 너무도 흔히 나타난다. 97브리티시오픈에서 저스틴 레너드와 우승경쟁을 벌였던 예스퍼 파니빅(스웨덴)도 지난해 2등만 다섯번을 했고 5년연속 유럽투어상금왕 기록을 세운 콜린 몽고메리(영국)도 미국투어에선 2등만 네번을 기록중이다. 역사상 가장 2등을 많이한 프로는 1950년부터 56년까지 무려 19차례나 우승문턱에서 주저앉은 프레드 호킨스(미국)라는 골퍼였다. 그는 아홉번의 2등 끝에 단한번 우승했고 그후 열번을 더 2위에 그쳤다. 골프세계에서 "2등은 별 의미가 없다"고 얘기된다. 그러나 어떤 골프대회든 2등은 영원히 나타나는 법이고 2등이 있어야 1등도 있다. 괴짜골퍼 파니빅은 브리티시오픈때 2등의 존재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바 있다. "선수들은 누구나 우승만을 원하고 모든 갈채도 우승자에게만 쏟아진다. 물론 2위에 그치는 것은 가슴아픈 일이다. 그러나 진정 최선을 다해서 2등을 했다면 부끄러울 이유가 없다. 골프가 좋아 대회에 참가했고 거기서 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는 생각만 든다면 난 얼마든지 2위를 더 해도 좋다" 그 파니빅도 25일 끝난 피닉스오픈에서 드디어 우승했다. 2등을 했을때 겸허하게 결과를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그의 태도가 시즌초첫승으로 연결된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