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채협상 타결] '넘어야 할 산' 아직도 많다..남은 과제들

(뉴욕=이학영 특파원) 정부 차원의 외채연장 협상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결론이 났다. 우리 정부대표단과 서방 채권은행단은 29일 오전(한국 시간) 뉴욕과 서울에서 동시에 합의 결과를 발표했다. 합의 결과는 우리 정부의 제안내용이 대부분 수용된 것이어서 성공적이라는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날 합의는 협상의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앞으로풀어야 할 과제는 한두가지가 아닌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개별금융기관별 협상은 물론 선진국들의 협조융자 여부, IMF(국제통화기금)와의 재협상 결과, 일반 기업체들의 대외채무 등은 이번 협상과 무관하게 앞으로 별도 협상을 기다리고 있거나 자체 해결해야 하는 벅찬 과제들이다. 금융기관 개별 협상=뉴욕에서의 협상은 우리나라가 외국에 지고 있는 단기외채 총액 8백억달러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2백40억달러를 포함하고 있는데 불과하다. 또 그나마도 채권단에서 연장해 주기로 한 외채의 범위를 설정한 것일 뿐 2백40억달러가 전액 연장된 것도 아니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이 2백40억달러 범위내에서 해외 채권단과 개별협상을 벌여가야 한다. 협상 시일은 오는 3월말이다. 국내은행들은 개별협상을 벌여 만기를 어떤 구조로 가져갈지 채무액의 몇%나 연장할지 등에 관한 협상을 채권은행과 1대 1로 가져야 한다. 뉴욕 협상에 참여한 금융기관은 13개은행인 반면 전체 채권단은 1백여 은행을 넘어서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해외 채권단중에는 정부차원의 협상과는 다른 조건을 요구하면서 채권단의 공동보조에서 탈퇴하는 기관들이 나올수 있다. 이와관련 국제금융계에서는 정부와 채권은행 대표단이 합의한 2백40억달러중실제 연장되는 것은 1백50억달러 정도에 불과할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있다.(월스트리트저널) 만일 개별 협상 결과가 1백50억달러를 밑돌게 된다면 그나마의 정부차원의협상결과는 기본 틀이 무너지게 되고 무의미한 합의안으로 전락할 가능성마저 있다. 합의안에서 제외된 외채=우리나라의 1년미만 단기외채는 모두 8백억달러(지난 11월말 현재)다. 이중 이번에 연장대상에 포함된 것은 2백40억달러로 5백60억달러가 남는다. 이 외채는 정부보증하에 연장되는 혜택을 입지 못한다. 이들 소외된 외채들의 운명이 문제다. 물론 소외된 외채엔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1백70억달러가 포함되어 있다. 이를 제외하면 약 4백억달러가 남는다. 이는 국내기업의 외채 2백60억달러(무역금융 등 포함)와 역외금융 95억달러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채권은 무방비다. 각자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해당 기업들이 원만하게 외채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기업별로 외화부도를 낼수 있다. 선진국 지원 패키지=선진국들은 당초 지난 연초에 80억달러의 협조융자를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아직 집행되지 않고 있다. 미정부는 지금까지는 선진국 협조융자가 민간외채 연장에 연계되어 있다고 주장해 왔으나 협상이 끝난 29일에는 다른 이야기를 흘리고 있다.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은 29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회견에서 한국의 은행들과 채권단별로 협상이 원만히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하면서도 오는 3월말까지 협조융자는 불가능하다고 못박아 관심을 끌었다. 독일 재무부의 위르겐 블로흐 대변인은 한술 더 떠 당초 선진국들의 협조융자는 당초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고 지금은 위기가 해소되었다고 말해 협조융자는 당분간 없을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