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재택근무도 이 정도면 회사출근 '버금'

미국의 메릴린치 증권이 재택근무의 혁신을 선언했다. 업무 유연성과 생산 효율성을 동시에 살리는 재택근무의 진수를 보여주겠다는 것. 첫 시험무대는 메릴린치의 소머셋(뉴저지주)지점이다. 이곳에는 여느 회사에선 찾아볼수 없는 독특한 공간이 있다. 이른바 "재택근무 시뮬레이션 룸". 창 밖의 푸른 나무숲, 방 한쪽의 대형 냉장고등 사방에 업무에 방해가 되는 각종 유혹이 도사리고 있다. 자칫 해이해지기 쉬운 주변환경에 굴하지 않고 일에 열중하는 집중력을 키우는 곳이다. 전화와 컴퓨터 네트워크만을 이용해 업무를 처리하는 학습도 이뤄진다. 재택근무자들이 실전에 임하기 앞서 2개월간 근무 노하우를 쌓는 일종의 "훈련소"인 셈이다. 재택근무에 대한 지원도 대폭 강화했다. 우선 재택근무자의 집을 완벽한 사무공간으로 개조해준다. 책상 의자등을 인체공학을 고려한 사무기기로 교체하고 전용 통신회선을 설치하는 것. 사무실로 걸려온 전화가 바로 연결되는 것은 물론이고 사내 컴퓨터 네트워크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다. 또 통신망등 컴퓨터 문제에 대비한 복구반을 24시간 가동해 재택근무자가 시스템 이상을 신고할 경우 즉각 달려가 문제를 해결해준다. 93년부터 주 2일 재택근무를 해온 마리아 프레스 부사장은 "예전엔 컴퓨터가 말썽을 피우면 하루종일 낑낑거려야 했다"고 말한다. 근무수칙이 엄격해진 것도 눈에 띈다. 재택근무자는 사전에 약속한 근무 시작과 종료시간을 엄수해야 한다. 회사측은 E메일등을 통해 근무여부를 수시로 체크한다. 또 매주 하루이상 의무적으로 출근하고 각종 사내 행사에도 빠짐없이 참석토록 함으로써 재택근무자들이 아웃사이더로 겉도는 것을 방지한다. 메릴린치는 이같은 제도를 실시한 이후 재택근무자의 업무효율이 부쩍 향상된 것은 물론 고급 인력 확보에도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밝히고있다. 전문가들도 "재택근무를 차세대 근무형태로 정착시키는 전기가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