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정도 .. 박영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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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자가 무능하여 나라를 망친 이야기는 너무나 많다. 집권자가 상식을 벗어난 짓을 해서 나라를 망친 일도 많다. 중국의 원세개는 우리나라와도 깊은 관련이 있었던 북양대신 이홍장의 수하로 북양군벌의 수령이었다. 야망이 지나치고 정치적 행적이 무상하여 신해혁명때는 왕조를 배반하며 혁명파와 손잡아 중화민국을 세우고 스스로 초대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혁명파를 완전히 장악한 후에는 대통령제를 폐하고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올랐으며 거센 반대세력의 봉기로 고뇌속에서 생을 마쳤다. 사람들은 그를 지략이 출중하며 수완이 뛰어난 인물이지만 덕이 부족하다고평가했다. 심복을 등용하는데도 업적이나 자료를 평가하지 않고 계략과 속임수로 시험한다. 멀리 떨어진 곳의 큰방에 금은주옥이며 진귀한 서화골동을 가득 채워 놓고시험하려는 자를 불러들여 정리케 한다. 물론 원세개 본인은 나타나지 않고 달리 감시하는 사람도 없는 듯 하다. 정리하는 사람은 보는 사람없는 동떨어진 넓은 방에서 혼자 찬란한 금은주옥들을 만지다 보니 마음이 흔들린다. 흩어진 진주알들을 한데 모으기도 하고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들도 가지런히쌓아 놓는다. 눈앞이 휘황하다. 금가락지나 비취,산호의 장식품 가운데 슬쩍 호주머니에 손을 찌르는 것만으로 감쪽같이 숨길 수 있는 것도 많았다. 어떤 사람은 비취 몇개를,혹은 금가락지 한쌍을 중국식 넓은 소매속이나 허리에 두른 띠속에 감쪽같이 숨기기도 했지만, 그 많은 보물 가운데 진주알 한개 손대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원세개가 중용하고 계속 높은 자리로 승진시켜 준 사람은 진주한알훔치지 않은 정직하고 소심한 자가 아니다. 훔치되 감쪽같이 훔칠수 있었던 기민하고 눈치빠른 부하였다. 그는 남몰래 천장에 구멍을 뚫어 정리하는 부하를 친히 감시했고 청정한 무능보다 교묘한 수완과 기민한 실천력을 더 높이 샀던 것이다. 그 사람을 심복중의 심복으로 삼았다. 역대 지도자와 달랐던 기발한 발상의 큰 권력자 원세개, 그의 말로는 비극으로 끝났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