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IMF파고 넘는다] (11) '두산그룹'..우량계열사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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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은 재계에서 일찍부터,공격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선 보기드문 기업이다. 경기가 좋을 때 거품을 뺀 탓에 한동안 "부실기업"이란 의심도 받았지만 지금은 구조조정의 모범사례로 대접받고 있다. 두산은 그 과정에서 "나에게 걸레는 남에게도 걸레다"(박용만 그룹 기조실장)라는 유행어를 남기기도 했다. 기업은 부실자산이 아닌 우량계열사를 과감히 매각할 때 구조조정에 성공할 수 있다는 이 말은 타그룹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두산이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지난 95년이다. 그룹의 주력사업인 OB맥주가 시장점유율 전쟁으로 3년 연속 적자에 빠지자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위기감이 번진 것이다. 두산은 미국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의 도움을 받아 2000년까지 3단계로 나뉜 마스터플랜을 마련했다. 1단계(95~97년) 캐시플로를 확보하라 =구조조정의 첫 단추는 수익성이 없거나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해 현금(캐시플로)를 확보하는데서부터 시작됐다. 두산은 코카콜라사업권을 미 코카콜라사에 팔아 4천3백22억원을 확보한 것을 비롯 OB맥주 영등포공장(1천1백42억원), 두산농산 청하공장(2백14억원),두산백화 군산공장(1백8억원) 등의 부동산을 이기간에 매각했다. 또 한국코닥(5백억원) 3M(9백억원) 한국네슬레(2백35억원) 등의 지분도 합작사에 넘겼다. 계열사 통.폐합도 뒤따랐다. OB맥주와 두산음료 두산종합식품, 두산개발과 두산농산이 하나로 합병되고 두산창업투자 두산렌탈 두산환경산업 등은 두산동아로 일원화됐다. 내부적으로는 연봉제와 대팀제를 도입하는 등 조직개편을 실시하고 새로운 기업이미지(CI)를 제정해 임직원의 애사심을 북돋웠다. 이러한 노력은 재무구조의 개선으로 되돌아왔다. 두산은 구조조정의 성과로 ROIC(투하자본당 수익율)가 96년 1.7%에서 97년엔 7.7%로 향상됐으며 캐시플로 역시 1조원이 개선된 5천1백30억원으로늘어났다고 밝혔다. 2단계(97~99년) 핵심역량을 집중하라 =두산은 최근 OB맥주와 두산경월(소주) 두산백화(청주) 등 주류3사를 통합하고 두산유리 두산제관 등 포장사업체를 합병한다는 2단계 구조조정계획을 발표했다. 또 그룹내 모든 회사를 공개해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적극적인 유상증자와 외부자본 도입으로 오는 99년말까지 부채비율을 현재의 5백%대에서 2백%대로 축소하겠다고 덧붙였다. 2단계 구조조정이 끝나면 두산그룹의 계열사는 95년의 29개에서 12개로 대폭 줄어들 계획이다. 박용만 기조실장은 "2단계는 유사업종의 통.폐합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고 단위기업의 내실을 다지는게 초점"이라고 설명했다. 3단계(2000년-)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말라 =2000년부터 시작될 3단계 구조조정계획은 아직 가시화된게 없다. 그동안에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경영에 나선다는 원칙만 정해져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룹 관계자는 "IMF의 구제금융 등 경영환경의 급변으로 섣불리 플랜을 내놓기가 어렵지만 외형보다 수익성을 중시하는 경영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