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중소기업대표 개인파산 신청 .. S산기 대표이사 신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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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면서 성장을 거듭하던 회사의 대표이사가 부도를 낸 후 금융기관 차입금을 갚지 못해 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기아자동차 2차협력사인 S산기의 대표이사 신모씨(52.서울 강남구 논현동)는 13일 회사가 보증보험사로부터 대출받은 대출금 4억3천여만원을 갚을 능력이 없다며 서울지법에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76년 초음파설비사업에 손을 대 20년 가까이 S산기를 운영해온 신씨는 92년초 정부시책에 따라 전북 옥구군에 있는 농공단지로 회사를 이전하면서 꿈에 부풀었다. 기아자동차에 30여종의 부품을 납품하는 2차협력업체로 지정돼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씨가 기아자동차가 세운 생산계획에 맞춰 20억여원을 들여 공장설비를 증설하면서부터 시작됐다. 94년초 신씨의 예상과는 달리 기아자동차의 생산계획은 보류됐고 회사는 결국 부도를 내고 말았다. 공장부지 건물 기계설비가 경매에 넘어갔다. 싯가 7억짜리 집도 3억4천만원에 경매처분됐다. 모든걸 잃고 난 후 그에게 남은 것은 4억3천만원의 빚뿐. 신씨는 무엇이든 해보려고 했다. 그러나 적색거래자로 등록된 중년을 반기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신씨는 2년 전부터 파산신청을 결심했다고 한다. 자식들에게까지 빚을 남길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장롱 서랍 속에 "내가 죽거든 상속포기서를 내라"는 유서도 넣어뒀지만 안심이 되지 않았다. 파산관련 책을 뒤져가며 직접 파산신청서를 작성했다. 13일 법원에서 만난 그는 "나는 어차피 죽은 목숨이다. "파산자"라고 비난을 받더라도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라며 "법원이 혹 면책까지 시켜준다면 적은 월급이라도 받으며 여생을 건전하게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