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돈 한국은행에만 몰린다' .. IMF 고금리 요구 부작용

한국은행이 은행의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자리잡았다. 시장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주면서 자금을 흡수하다보니 국내은행들은 물론외국은행 국내지점들도 앞다퉈 한은에 자금을 팔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일부은행은 자금이 넉넉한 제2금융기관으로부터 콜을 차입, 2~4%포인트의 마진을 얹어 한은에 되팔고 있다. 은행들로선 한은이 "봉"인 셈이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의 눈치를 봐야 하는 한은으로선 금리도 내리지 못한채 통화관리비용부담만 떠안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IMF의 고금리 유지요구 때문. IMF가 "외환시장이 안정될때까지"를 조건으로 고금리를 요구하다 보니 한은은 은행 등 금융기관에 파는 RP(환매채)나 통안증권 금리를 쉽게 낮출수없다. 반면 시장금리는 이날 다소 상승세를 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한은의 공개시장조작금리보다 2~4%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한은은 지난해 12월만해도 RP 매각금리를 연 35%까지 높였었다. 당시 하루짜리 콜금리는 연 26.04%. 콜을 빌려와 한은에 맡겨도 9%포인트의 차익을 챙길수 있었던 셈. 한은은 이후 RP 매각금리를 떨어뜨려 지난 11일 연 25%까지 낮췄다. 당시 콜금리는 연 23.19%로 차액은 2%포인트 미만으로 줄었다. 한은은 이날 3조7천억원을 규제하면서 연 26%로 올려 콜금리와의 차이를2%포인트 가량으로 유지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은행들은 수신이탈로 유동성이 부족하면서도 RP 입찰에응하고 있다. 자금이 넉넉한 제2금융권으로부터 콜을 빌려와 한은에 되팔면 앉아서 2%포인트 안팎의 차액을 남길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여유자금을 기업에 대출하기 보다 한은에 단기운용하고 있다. 금리차액도 남길수 있는데다 환금성도 보장받을수 있어서다. 국내은행뿐만 아니다. 외국은행 국내지점들은 아예 대부분의 운용자금을 한은 통안증권에 운용,입찰경쟁률이 2대 1을 넘기기 일쑤다. 한 관계자는 "한은의 RP나 통안증권은 떼일 염려가 전혀 없는데다 금리도 시장금리보다 높아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런 식이라면 여유있는 외국계은행들의 돈장사는 땅짚고 헤엄치기"라고 말했다. 이에비해 한은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통화관리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이날까지 한은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빨아들인 자금은 총 19조여원. 만기를 대략 15일로 계산할때 이자만 2천억원을 웃돌고 있다. 그러나 IMF가 도사리고 있어 금리를 내릴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