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에 다시 '먹구름'..인도네시아등 동남아위기 악영향

원.달러 환율이 1천7백원대로 치솟고 금리도 동반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양상을 띠고 있다. 조흥 등 개별은행들의 외채협상이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으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지역의 외환위기는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는 등 외생변수가 국내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IMF측은 금리인하 전제조건으로 환율안정을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최근 환율상승이 고금리 해소에 걸림돌로 작용, 금융시장의 불안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외환시장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이 17일 1천7백원대를 넘어섰다. 시장에서 형성된 환율 기준으로는 지난달 26일 이후 처음이다. 외환딜러들은 이날 달러화 수급공백이 환율 급등세를 가져 왔다고 분석한다. 그동안 국내로 유입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달러수요 해소에 큰 역할을한 반면 국내 기업들의 외채상환문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금융위기의 본격화 조짐 등으로 외국인 자금유입이 주춤해져 수급균형이 깨졌고 그에따라 환율이 올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중의 하나로 10개종금사 폐쇄를 꼽는 딜러들도 적지 않았다. 17일자로 인가취소 명령이 내려진 종금사들은 신한 등 10개사. 이들과 현.선물환 거래를 해온 은행들은 당분간 달러결제를 받을 길이 막혀 버렸다. 금융기관들은 사고 파는 달러화를 균형있게 운용해야 하는 포지션관리 의무가 있다. 따라서 이들 종금사에게 달러를 팔았던 은행이라면 달러 돌려받기가 어렵기때문에 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해야 한다. 인가취소 시점인 17일에 달러를 확보하는 방법은 16일의 밸류 투머로우(매매계약체결 다음날 달러 결제)거래나 17일의 밸류 투데이(당일날 달러 결제)거래가 있다. 달러유입 규모는 줄어드는데 이같은 이상수요가 생겨나자 16일 원.달러환율은 저항선 역할이 기대되던 1천6백50원을 쉽게 뛰어 넘었고 17일에는 1천7백원대로 올라섰다는 분석이다. 감사원 특감을 받고 있는 외환당국이 시장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점도 한 요인이다. 외환딜러들은 18일 외국인 동향이 향후 환율예측의 단서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사의 한국 신용등급 상향조정이 예정돼 있어서다. 물론 그렇지 못할 경우 환율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자금시장 =2월들어 하향조짐이 보이던 금리가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있다. 이달초 연 18%대까지 떨어졌던 회사채유통수익률은 이날 연 21.50%로 전일보다 1.00%포인트 올랐다. 종금사어음할인 금리도 평균 연 35%로 여전히 살인적인 수준이다. 그나마 만기가 연장될 경우에 적용되는 금리다. 자금회수를 당해 쓰러지는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11일 정부지시로 이뤄진 종금사와 은행의 CP 만기연장 결의는 이미 깨졌다. 결의후 사흘간 결제된 CP만 5천4백72억원. 기업들은 이만큼 자금회수를 당한 것이다. 종금사의 보증중단도 기업의 자금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여기에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은 연쇄부도를 촉진시키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화의를 신청한 삼광유리는 부도난 계열사에 지급보증을 섰다가 대지급을 못하자 종금사가 견질어음을 돌려 부도난 케이스. 문제는 앞으로다. 중소기업 대출금 상환 6개월 연장 등 정부의 잇단 자금시장 안정조치의 실효가 의문시 되는데다 외환시장 불안이 겹쳐 3월 금융대란설이 현실화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증폭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