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주총 담당자는 괴롭다

"주주들의 항의전화를 받을 때가 가장 괴롭습니다" 상장회사들의 주식담당자들은 요즘 죽을 맛이다. 주총과 관련된 규정이 대폭 바뀌어 밤을 새울 정도로 바쁜데다 주총을 왜 연기하느냐는 항의가 밀려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 실적이 나빠져 배당이 줄어들고 해마다 마련해온 주총선물을올핸 생각조차 못할 처지이다. 상장사들은 안건조차 확정짓지 못한채 사외이사선임이나 정관변경과 같은 주요사안들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감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신정부의 개혁조치들을 좀더 지켜보고 다른 회사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살펴본 후 주주총회를 열겠다는게 대대수 상장회사들의 생각이다.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기구라는 주주총회가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표류하는 1차적인 책임은 어쩌면 기업에 있다고 할수있다. 그러나 "사외이사를 선임하지 않을 경우 상장폐지시킨다는 무시무시한 조치들이 잇따라 나오는 판에 주주총회를 어떻게 열겠느냐"는 주총관계자의얘기도 귀담아 들어야할 대목이다. 하룻밤이 지나면 새로운 대책들이 쏟아지고 발표된 정책들이 뒤바뀌는 상황에서 주주총회를 섣불리 개최할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중요한 사안들이 확실한 윤곽을 드러내기까지 최대한 주총일자를 미루는 방법밖에 없다는 얘기다. 올해 주주총회는 주식시장이 사실상 완전개방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것이다. 안팎의 관심이 어느때보다도 높을수 밖에 없다. 대주주의 책임경영체제 확립과 외국인주주의 경영참여, 소액주주들의 권한강화 등 해결해야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이런 때일수록 기업들은 "준비된 주주총회"를 열수 있어야 한다. 경제계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투명한 주주총회를 열수 있도록 기업정책의 불확실성을 최대한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현승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