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계좌 크게 늘어..잔액 5억원이상 사상 처음 9만개 돌파

잔액이 5억원을 넘는 거액계좌가 사상 처음으로 9만개를 넘어섰다. 또 만기 1년미만의 정기예금비중이 30%에 육박하는등 시중자금이 급속히 단기부동화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7년중 은행수신동향(확정)"에서 나타났다. 거액계좌가 늘고 있다=잔액이 5억원을 초과하는 은행거액계좌는 지난해 9만2천계좌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96년의 8만7천계좌에 비해 5천계좌나 늘어난 것이다. 법인이 아닌 개인이 보유한 거액계좌도 2만계좌(금액 54조1백20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거액계좌가 다시 늘어난 것은 지난해말 금융소득종합과세무기한 연기조치가 결정되면서 금액에 관계없이 예금을 불입할수 있게 된데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후 형성된 고금리로 거액자금이 금융상품에 몰린 탓으로 풀이된다. 이들 거액계좌의 예금액은 총 1백9조1천7백40억원. 은행총수신 4백7조3천20억원의 26.8%에 달하는 엄청난 수준이다. 종류별로는 저축성예금 2만9천계좌(31조2천1백60억원) 금전신탁 5만5천계좌(60조5천5백60억원) 양도성예금증서(CD) 8천계좌(17조4천20억원)등이었다. 만기가 단기화되고 있다=만기 1년미만의 단기성예금이 급속히 늘고 있다. 정기예금의 경우 만기 6개월미만인 계좌는 지난해 61만7천계좌로 전체의 15.6%에 달했다. 6개월이상 1년미만인 계좌도 41만2천계좌(10.4%)였다. 1년미만인 단기예금이 전체 정기예금의 27.0%를 차지했다. 만기 1년미만의 단기성 정기예금비중은 지난 95년 3.5%에서 지난 96년엔 2.2%로 낮아졌으나 지난해 급속히 높아졌다. 대신 만기 2년이상 정기예금비중은 95년 65.8%, 96년 74.4%에서 97년엔 59.6%로 급격히 낮아졌다. 장기성예금이 지난해 단기예금으로 활발히 이동한 것이다. 이처럼 시중자금이 단기부동화되고 있는 것은 IMF체제로 금리가 급상승하면서 향후 전망도 불투명해져 단기성상품이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신탁의 메리트가 떨어지고 있다=은행수신의 효자노릇을 해온 신탁의 기여도가 유명무실해졌다. 지난해 신탁증가액은 20조3천6백30억원. 96년(26조2천20억원)에 비해 6조원가량 둔화됐다. 그나마 신종적립신탁이 개발돼 17조여원을 끌어들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제자리걸음을 할뻔 했다. 그동안 주된 신탁상품이었던 가계금전신탁과 기업금전신탁은 지난해 각각 9조2천5백억원과 2조4천억원 감소했다. 노후연금신탁도 3조4천3백20억원 줄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