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고정환율제 '새국면'..수하르토, 도입재고 시사

국제금융가의 논란이 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고정환율제도입과 관련,수하르토 대통령은 재고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은 허용할 수도 있다는 발언이 나와 양자간에 타협점이 찾아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18일 독일의 테오 바이겔 재무장관은 수하르토 대통령과 회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루피아화를 미 달러화에 연동시키는 페그(Peg)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은행감독강화 등 사전에 충족시켜야 할 조건들이 많다고 말해 제도도입을 재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이는 인도네시아가 고정환율제 도입의사를 밝혀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의 반발을 산 이후 방향수정도 가능함을 처음으로 시사한 것이다. 수하르토 대통령은 전날 고정환율제에 이견을 보인 중앙은행총재를 전격 경질하는 등 제도의 도입고수의지를 보여왔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의 고위관계자도 이날 "우리의 고정환율제는 매우 변형적인 형태의 것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예금인출동결 같은 과격한 시책은 절대 없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국제금융관계자들은 인도네시아가 고정환율제를 도입할 경우 예금주들이 루피아화를 미 달러화로 환전하기 위해 예금인출에 나서 고금리를 유발시킬 것으로 우려해왔다. 한편 이와는 반대로 그동안 공식적으로 반대입장을 보여왔던 IMF는 인도네시아가 개혁프로그램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고정환율제 도입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국제금융전문통신인 나이트리더가 17일 밝혔다. 이 통신은 IMF에 정통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 "비록 긍정적 효과만을 예상하는 것은 아니지만 IMF는 개혁이 지속된다면 인도네시아가 통화위원회를갖는 것도 받아들인다는 입장으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IMF관계자는 지난 17일 수하르토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고정환율제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 바있다. 국제금융분석가들은 "고정환율제의 도입이나 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도네시아가 경제개혁을 가속화해 국제적인 신뢰도를 회복하는 것이 당면과제"라며 "양자가 루피아화의 기준환율을 적절히 조정, 타협할 수도 있다"고전망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