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1일자) 3월을 걱정하는 기업들

환율과 금리가 주후반들어 다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밑도 끝도 없이 나돌고 있는 이른바 "3월 대란"설로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나날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3월을 걱정스럽게 여기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우선 대외적인 요인으로는 꺼지지 않고 있는 동남아 통화위기와 이에 겹친 중국 위앤화의 평가절하설, 그리고 일본계 은행이 결산시점을 앞두고 한국기업및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을 회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있다. 대내적인 요인으로는 금명간 단행될 부실종금사 2차정리로 또 한차례 파문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다 기간을 연장해주기로 한 기업어음(CP)문제도 여전히 불씨로 남아있다. 또 투신사와 증권사만 따지더라도 운용규모가 37억달러 손실추정액이 1조5천억원에 달한다는 역외펀드 후유증, 뉴욕에서 있었던 금융기관의 단기외채 연장협상에 따라 차입및 기간연장 조건이 더욱 악화됐다는 민간기업외채문제도 부담이다. 여기에 겹쳐 정권인수 정부조직개편으로 금융행정이 공백상태를 나타낼수 있다는 우려도 걱정을 더하게 하는 요인이다. 아직도 각 금융기관의 자금운용이 지나칠 정도로 보수적이기 때문에 중소기업 부도사태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인 행정지도가 요긴한 국면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어차피 동남아사태 등 대외적인 요인은 돼가는대로 따를 뿐 달리 어떻게 해볼 여지가 없지만 대내적인 문제들은 감독당국에서 좀더 금융기관창구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세워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선 2개월간 일괄 연장키로한 CP나 중소기업대출 기간연장만해도 그렇다. 은행에서는 이달들어 은행신탁자금이 2조5천억원이나 빠져나갔다며 기간연장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CP를 무조건 일괄적으로 연장했다가 부도가 나면 신탁수익률이 떨어져 결국 신탁가입자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꼴이 된다며 기간연장(재매입)은 선별적으로 제한하고 일부는 상환토록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우리는 은행의 주장도 옳고,자금사정이 어렵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자율결의 형식으로 일괄 연장해주기로한 CP기간을 선별한다면 자금시장혼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원칙적으로 이 문제는 은행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야할 성질의 것이지만,이미 부도를 낸 기업들의 것을 제외하고는 연장이 가능하도록 정부의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2차로 문을 닫을 종금사가 몇개나 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그 수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전망이고 보면 기업들의 단기자금조달은 3월 이후 더욱 경색될게 너무도 분명하다. 종금사 비중이 너무 컸기 때문에 문제가 빚어지기는 했지만, 그 수가 반이하로 크게 줄어듦에 따른 충격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 단기금융시장 활성화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은행의 CP업무가 제대로 구실을 할수 있도록 하려면 CP할인뿐 아니라 CP매출도 허용돼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김대중 당선자가 "3월대란설을 극복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밝힌 것은 마음든든하지만, 만에 하나 차질이 없도록 금융당국자들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