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노동윤리 재정립을 위한 교육 .. 홍종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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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달 온 나라가 IMF로 떠들썩하다. 남녀노소 할것 없이 시간만 나면 IMF를 입에 올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장 물가가 치솟고,주변에 실직자들이 속속 늘어나니 놀라고 당황하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지난 30여년간 지속적인 성장 추세에만 익숙해진 우리나라 국민들이기에 그 충격은 배가될수 있다. 그동안 각 경제주체들은 거품경제 시대의 사고방식에 젖어 안일하고 방만한 행동 패턴을 보여옴으로써 오늘날과 같은 경제위기를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기업들은 경영이익을 투자가 아닌 투기적인 활동에 쏟아부었으며, 단기 이익을 위한 외제품 수입도 서슴지 않았다. 또한 국민들은 저축보다는 소비를,일보다는 여가를 선호하였으며, 정부는 우리나라 경제의 국제경쟁력 추락조짐을 진솔하게 국민들에게 설명하지 못했다. 사회 전반적으로도 집단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려 꼭 해야 할 개혁조치가 제때에 이루어지지 못했다. 노동법 개정이 그랬고, 금융개혁도 마찬가지의 경우다. 이렇게 우리나라 구성원 전체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잃고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국가경제는 돌이킬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었던 것이다. 오늘날의 IMF시대는 국민 모두가 자초한 것임을 부인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공황심리에 빠지거나 자포자기 해서는 안된다. 지금 세계는 인류역사상 가장 치열한 경제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못사는 나라를 도와주던 그런 후한 인심은 이제는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 스스로가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야 하며, 일어설수 있는 저력이 한민족에게는 내재해 있다고 본다. 다만 경제회생을 위한 처방이 얼마나 정확한가에 따라 회복 기간이 달라질 것이므로, 이에 대한 숙의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동안 여러 가지 처방이 쏟아져 나왔다. 재벌개혁, 금융개혁, 정경유착의 근절, 노동시장 유연화, 행정규제 최소화 등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저해 요인으로 꼽혀온 사항들은 대부분 거론되었다고본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가 회복되고 재도약하기 위해서 간과되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사항이 또 있다. 산업윤리 기업윤리, 그리고 노동윤리와 같은 국민들의 행동 철학이 보다 공고히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자간에 지켜야 할 윤리가 있듯이 기업인과 직장인들이 지켜야 할 윤리가 있다. 기업의 1차적 목표는 이익의 극대화이다. 그러나 기업인들이 윤리와 도덕을 저버리면서까지 이익 창출에 급급한다면 해당 기업 자체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경제전체가 또다시 오늘날과 같은 비운을 맞이할 것이 뻔하다. 직업을 영어로 콜링 (calling) 이라고도 한다. 하나님이 불러주었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직업에 종사하든 직업인은 소명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많은 기업인들로부터 사원들이 "일을 한다"는 생각보다는 "일을 해준다"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한다는 푸념을 들은 적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노동윤리의 부재에서 기인하였다고 본다. 직장인은 사명감을 가져야 하며,일을 즐겨야 한다. 일을 즐기기 위해서는 직장의 의미와 일의 의미에 대한 명확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얼마전 민주노총은 노.사.정 합의에 서명한 지도부를 경질하고, 정리해고제도입반대를 위한 총파업을 선언하였다가 국민들의 비난에 못이겨 이를 철회한적이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의 노동조합 지도부는 국익에 반하는 노동운동은 자제하고 있으며, 국가 경제발전에 있어 노사간 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이의 확산에 노력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애초부터 노동조합 지도부가 국익에 반하는 노동운동 전개를 자제하지는 않았다. 2차대전 이후 공공교육기관이나 각 대학에 노동교육과정을 설치하여 지속적으로 실시한 결과라 할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노동조합 지도부는 이러한 노동교육을 통해 국가발전에 대한 의식이 향상되었고, 합리적인 노동운동이 국가와 조합원을 위한 진정한 길임을 깨달았다고 술회하고 있다. 국가경제의 건실한 발전을 위해 기본적으로 갖추어져야 할 사항들인 기업인과 직장인들의 윤리, 노조간부의 합리적인 노동운동, 노사간의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 등은 1회성 행사를 통해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노사 모두의 가슴속 저변에 쌓이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노동교육의 강화와 여타의 개혁조치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