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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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여파로 금년 졸업식장에서 거품이 많이 빠지고 있다 한다. 우등상 수상자들에게 부상으로 5천원짜리 도서상품권을 줬다는 고교가 있다. 어느 여고에서는 후배에게 교복을 물려준 졸업생이 5백여명이나 나왔다 한다. 참고서물려주기, 꽃 안주고 안받기 운동을 벌인 학교도 있다. 대학졸업식에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것 같다. 취업문이 그 어느때보다 좁아 대학문을 나서는 졸업생들의 마음은 밝지 않다. 모대학 캠퍼스에는 "졸업하는 선배님! 기죽지 말고 힘내세요"라는 플래카드까지 걸렸다. 사각모와 가운은 유치원 졸업때도 사용되지만 아직까지는 대학졸업의 상징이다. 이것들이 우리나라에 등장한 것은 대학졸업식이 열리기 시작한 초기부터 였다. 지난 67년 발간된 "이화 80년사"에 여자대학 첫 졸업을 소개하고 있다. "1914년 부활절 저녁7시 서울 정동예배당에서 이 나라 최초의 여자대학 졸업식이 열렸다. 7시정각 오르간이 울리기 시작하자 문앞에 섰던 보통과 학생들이 맨 앞에,그리고 고등과 중등과 대학과 순위로 입장, 모든 학생들은 흰옷을 입었다. 그 위에 가운을 입고 사각모를 쓴 3명의 졸업생이 틈에 끼여 입장했다. 장내의 사람들은 모두 기립했다" 이화보다 먼저 1905년 대학과정의 교육을 시작한 평양의 숭실학당 졸업식에도 사각모와 가운이 등장했다. "숭실대90년사(1987년 발간)"는 이렇게 적고 있다. "졸업식때 평양성안은 온통 축제분위기였다. 가운을 입고 인력거를 타고 성안을 일주해 졸업식에 참여했다. 학부형들은 거리마다 송문을 세워 졸업식을 맞이하였다" 이 사각모와 가운이 성균관대학교의 졸업식에서는 금년부터 사라진다. 이 대학은 오는 25일 학위수여식때 한식 졸업예복을 입기로 했다 한다. 이 예복은 조선시대 성균관 유생이 석전제례때 입던 예복을 개량한 것이다. 총장 교수 박사 석사 학사복식 5가지를 마련했다 한다. E H 카는 "전통을 존중하는 것은 좋은 일이나 전통때문에 질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신세대들의 유교식 제복에 대한 반응이 궁금하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