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3일자) 시장지표채권이 나오려면

채권시장 활성화는 이제 정말 추진해야할 때가 됐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발행된 대기업 회사채수요가 폭발적이었던 점을 되새겨보더라도 그런 감이 있다. 더욱이 올해부터 국내 채권시장이 전면개방됐기 때문에 그 활성화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증권감독원과 거래소가 채권시장 제도개선 실무작업반을 구성한 것은 관심을 끄는 일이고, 또 환영할 만하다. 세계은행(IBRD)의 권고도 있어 구성된 이 실무작업반은 채권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장지표채권(중심채권)이 있어야 한다고 보고 국민주택채권(1종)이그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말할 것도 없이 국내 채권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까닭은 유통시장이 제 구실을 못한데 있다. 증시에서 매매되는 채권은 국민주택채권(1종) 지역개발채권 도시철도채권등 소형 국공채가 고작이고, 발행기업의 신용도 다기화돼있는 금리 등으로 그 성격상 표준화가 불가능한 회사채의 경우 장외시장을 통한 거래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유동성이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없지 않은게 현실이다. 채권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시장지표채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미국의 30년만기 재무부채권(TB), 일본의 10년만기 국채처럼 채권시장의 중심축이 될 채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금융개혁위원회도 이미 지적한바 있다. 실무작업반은 5년만기 국민주택채권(1종)이 지표채권구실을 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나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표채권은 말썽많은 통안채대신 중앙은행 공개시장조작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보면 더욱 그러하다. 우선 물량에서 문제가 있다. 지표채권은 모든 국채의 발행주체가 국고업무를 맡은 재경부로 통일되고 발행주기도 정례화하면 쉽게 나올 수 있다. 물론 그렇게 하려면 재정운용전반에 적잖은 변화가 있어야 한다. 우선 관념이 달라져야 한다. 우리는 현재 세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도 그 혜택을 볼 대형 사회간접자본의경우 그 투자재원을 장기국채로 조달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누차 주장한 바 있다. 과도한 국채발행은 재정의 경직성을 심화시키는 등 문제가 있지만, 적자재정에 대한 지나친 과민반응 또한 꼭 옳은 발상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더욱이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기금을 정부에서 직접 차입하는 형태의 재정운용으로 빚어지고 있는 문제점을 감안하면 국채발행을 통한 장기투자재원조달이 오히려 바람직하다. 중앙은행이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유동성을 조절하려고 해도 그 대상 국채물량이 없어 부득이 통안채강제인수 등 편법을 구사하고 있는 현실을 시정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비록 IMF와의 "합의"라는 제약요건이 있기는 하지만 올해와 같은 경기상황을 감안하면 적자재정이 오히려 순리라고도 할 수 있다. 채권시장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본다면 정부의 결단이 있어야 할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