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구의 골프컨트롤] (201) 덜 추구하며 더 노력해야

박세리는 이제 한발짝 물러나서 골프를 바라봐야 할것 같다. 금년 첫대회 3R 1오버파 2백17타(공동13위), 두번째대회 2R 5오버파 1백49타(공동45위) 그리고 세번째대회 커트 미스는 루키로서의 극히 평범한흐름이다. 이는 지난 96년 데뷔 첫해 첫대회 2위, 두번째대회 우승이라는 캐리 웹(호주)의 "센세이셔널한 성취"가 역시 대단했다는 의미가 된다. 시즌 초반임에도 불구 우리가 그녀에게 캐리웹스타일의 우승경쟁을 바랬던것은 이 어려운 시대의 "어떤 기폭제 역할"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자질이나 승부욕이 우승을 노릴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같은 바램들은 직간접적으로 엄청난 부담을 그녀에게 안겨 주었을 것이다. 본인만이 알고 있겠지만 지난주 끝난 하와이안오픈에서 2라운드까지 모두 35번이상의 퍼팅을 했다는 것이 바로 "마음과 따로 노는 게임"을 의미한다. 그녀는 차츰 세계무대의 두터운 벽을 실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프로의 첫승은 "치고보니 우승이더라"식으로 얼떨결에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박세리에게 그런 행운이 없다면 다른 모든 "유망주"들과 같이 길고 험한 가시밭길을 걸을수 밖에 없다. 첫승을 위해 노심초사하는 과정은 "덜 추구하면서 더 노력하는 방법"으로서만이 헤쳐나갈수 있다. 최대한 열심히 노력하되 목표추구만은 한발 물러나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골프에는 "간절히 원할수록 게임은 더 안풀리는 속성"이 있는 법. 그러니 이제 외부로부터나 그녀자신이 갖고 있었던 "초반 기대"를 던져 버리고 "시간적 편안함"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