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대책없는 추락'] 내수한파...쌓이는 재고 등

한국 자동차산업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IMF 한파이후 평년의 절반수준에도 못미치는 내수판매, 한대라도 더 팔기위한 출혈경쟁이 보통 심각하지가 않다. 더구나 삼성자동차의 신규진입에 따른 경쟁격화, 환율상승으로 인한 원가상승 압박, 선진국들의 수출견제 등은 우리업계를 총체적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견디기 힘든 상황의 타개책을 모색코자 업계는 24일 자동차공업협회 주관으로 긴급 모임을 가졌다. 그러나 묘안이 나올리 만무다. 외환위기 탈출에 허둥되는 정부, 고단한 IMF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 등 누구에게도 문제의 해결책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살기위한 끝없는 고뇌와 처절한 사투가 지금 한국 자동차업계에 전반에 몰아치고 있다. 재고만 쌓인다=IMF한파가 본격화된 지난 1월 승용차내수판매는 작년같은기간보다 46.1% 감소한 3만2천1백94대에 그쳤다. 2월 판매실적은 1월보다도 더 부진했던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대형차라인에 이어 아반떼라인 가동을 중단했고 쌍용자동차는한달예정으로 공장을 세워놓은 상태.이로인해 완성차업계의 평균가동률이 평균 50-60%에 그치고 있다. 가동률이 낮아졌는데도 내수재고는 줄잡아 11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정상가동률(75%) 상태의 적정재고는 7만-8만대. 업계로선 3만-4만대의 추가재고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대당 차값을 싸게 쳐서 1천만원만 잡더라도 줄잡아 3천억-4천억원어치의 돈이 묶인채 돌지 않는다는 얘기다. 각 메이커들은 삼성자동차가 SM5시리즈로 승용차시장에 본격 뛰어든걸 계기로 잇따라 신차 출하를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선 신차효과를 기대하기도 무리다. 기아자동차 이덕준상무는 "지금 시장동향은 백약이 무효"라며 "신차효과가 이렇게 미미한 경우는 이땅의 자동차산업이 태동한후 처음일 것"이라며 한숨지었다. 악화되는 수지=업계는 넘쳐나는 재고를 처분하기 위해 97년식 차량은 10% 할인에다 36개월 무이자판매를 강행하고 있다. 98년식 차량에 대해서도 할부판매금리를 정상수준인 연 19.8%에서 연13.8%로 낮췄다. 이같은 출혈경쟁으로 업체별로 연간 1천5백억-2천억원의 기회손실을 입게될것으로 예측된다. 여기다 원가상승압박은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 이번주부터 타이어납품가격이 올랐다. 타이어업체들은 환율상승으로 63%의 원가상승요인이 발생했다며 최소한 폭인 15-18%의 가격인상을 요구, 소폭 인상하는 선에서 결정됐다. 지난해 11월부터 외환 금융위기가 심해지면서 알루미늄괴, 전기동 등 원자재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원자재가격이 뛰자 협력업체들이 납품가격인상을 줄줄이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납품가격이 오르더라도 차값을 인상할수 없는 형편이어서 완성차업계의 수지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수출증대도 쉽지 않다=환율상승으로 수출가격 경쟁력이 다소 호전된건 사실이다. 업체들도 수출만이 살길이다며 전력투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 성과는 낙관하기 힘들다. 수출전선 곳곳에 복병이 도사리고 있어서다. 우선 유럽자동차업체들은 반덤핑제소로 한국자동차업체의 공세를 꺾겠다고위협하고 있다. 미국은 슈퍼 301조를 앞세워 한국자동차산업에 거미줄을 쳐놓은 상태다. 내수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의욕적인 수출공세가 자칫하면 통상마찰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는 셈이다. 또 동남아 수출시장에 큰 구멍이 뚫렸다. 잘 뻗어나던 동남아 시장이 통화위기 확산과 함께 거의 주저앉은 상태다. 중남미시장 역시 경기부진의 영향으로 고전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