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6일자) 자동차산업 침몰 막아야

우리나라의 대표적 기간산업인 자동차산업이 비틀거리고 있다. IMF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승용차내수는 예년의 절반이하 수준으로 떨어졌고, 완성차재고는 적정수준의 2배를 웃돌아 자동차회사들이 잇따라 조업을 중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현재 자동차업계의 처지가 어렵다는 증거다. 이에따라 자동차공업협회는 주행세도입, 중고차 수출조건완화, 자동차 수요억제정책 철회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지원책을 건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는 정부가 이같은 자동차업계의 정부지원 요청을 진지하게 검토할 뿐만아니라 기아자동차 처리방침 등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방안을 포함한 근본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도록 촉구한다. 국내산업에 미치는 전후방 산업연관효과가 엄청나게 크고, 생산 고용 수출 등 국민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산업의 회생이야말로우리경제가 외환위기를 얼마나 빨리 극복할수 있느냐는 시금석이기 때문이다. 1월중 승용차 내수판매는 4만5천72대로 지난해 1월보다 41.8%나 줄었으며,반대로 완성차재고는 11만대로 적정물량의 2배에 이르고 있다. 이대로 가면 올해 승용차내수는 지난해의 절반수준인 70만~80만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일한 활로인 수출도 통화위기로 인한 아시아시장의 침체, 유럽의 반덤핑공세, 미국의 슈퍼301조 위협 등으로 난관에 부딪쳐 있다. 게다가 수입선 다변화조치가 철폐되면 내수시장마저 일본차에 잠식당할 것이 분명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당장은 얼어붙은 내수판매를 추스르는 정부조치가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우선 LPG경차 판매를 허용하고 주행세를 도입해야 한다. IMF사태로 승용차수요가 급변한 마당에 세수감소나 휘발유 소비위축을 걱정한 나머지 LPG경차 판매허용이나 주행세도입을 주저하는 것은 시장현실을무시하는 일로서 자동차산업만 골병들게 된다. 아울러 LPG경차 판매를 허용하고 주행세를 도입하면 에너지소비절약 배기가스감소 통상마찰해소 등의 부수효과도 기대된다. 주행세도입과 함께 미국측의 요구대로 자동차세 부과기준을 배기량대신 가격으로 바꾸고 형식승인철폐 저당권허용 강제리콜제도입 등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도 국내 승용차수요가 소형차위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어 중대형차 위주의 미국차수입은 별로 늘어나지 않는데 비해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해소하므로써 수출증대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조치만으로 국내 자동차업계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 과잉설비에 따른 가동률하락 및 낮은 생산성, 지나치게 복잡한 유통망,영세한 부품업계, 수입에 의존하는 핵심부품, 지나치게 많은 모델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바닥인 국내 자동차업계가 공급과잉이 예상되는 국내외시장에서 살아남자면 과감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당장 기아자동차의 처리를 서둘러야 하며 외국 자동차업계와의 전략적인 제휴를 통한 제3국 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정부와 업계의 공동노력이 아쉬운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