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보통신] 신토불이 ERP : 효율 '최고' 가격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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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업환경에는 신토불이 ERP(전사적자원관리)가 좋다" ERP는 더이상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IMF(국제통화기금)위기 탈출 및 IMF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ERP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와함께 중소기업의 ERP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한국형ERP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시작된 ERP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토착화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시장에 선보인 한국형 ERP제품으로는 삼성SDS의 "유니ERP",영림원의 "K시스템", 한국하이네트의 "인프라ERP", 한국기업전산원의 "탑엔터프라이즈" 등 4가지. 삼성SDS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그동안 취급해온 경영정보시스템(MIS)제품에 ERP개념을 적용한 ERP제품을 개발했다. 삼성SDS는 세계적인 ERP업체인 독일 SAP의 "R/3"제품을 한국화하는 과정에서 노하우를 습득, 독자적인 ERP를 개발한 케이스이다. 한국형ERP제품의 주요 시장 타깃은 종업원 1천명이하 규모의 중소기업. 주로 대기업시장을 노리고 있는 SAP 오라클 바안 등 해외ERP업체와 시장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 4개 업체는 이미 국내 ERP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어엿한 "마켓 플레이어"로 등장했다. 한국형ERP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나라 특유의 기업환경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기업전산원의 김길웅 사장은 "우리나라에는 어음제도 등 외국업체가 이해하기 어려운 요소가 많다"며 "선진국 기업환경에 적합하도록 짜여진 외국산 ERP로는 이같은 특수성을 수용할 수 없다"고 한국형ERP의 존재이유를 설명했다. 이들 업체가 내세우고 있는 대표적인 국내기업 환경으로는 어음제도,상이한 회계처리 기준, 하도급제도 등.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업무 세분화가 미흡하고 각 업무의 책임과 권한에 대한 규정이 미흡한 것도 특징이다. 국내 ERP업체들은 MIS개발에서 쌓아온 다양한 업무 노하우를 ERP제품에 무리 없이 반영하고 있다. 국내업체의 정보기술(IT)수준이 선진국과 다르다는 점도 한국형ERP의 시장기반을 넓히는 요인이다. 기업의 전산화 단계를 무시한채 첨단 ERP를 설치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 ERP제품은 IT정도가 고도화된 대기업에는 어울릴지 몰라도 초보 수준인 중소기업에는 적용하기 힘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국형ERP의 또다른 특징은 구축비용이 저렴하다는 점. 종업원 5백여명 규모 중견업체의 경우 약 5천만원이면 족하다. 이는 SAP 오라클 등 외국 ERP업체들이 맞출 수 없는 가격이다. ERP구축의 성공여부는 회사영업 전반을 표준화, 이를 ERP의 범위안에 얼마만큼 끌어들이느냐에 있다. 그만큼 회사 영업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려는 컨설팅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각 업체들은 고객 기업에 대한 최적의 ERP시스템을 제공하기 위해 컨설팅 능력 제고에 나섰다. 삼성SDS는 올초 컨설팅사업부에 ERP전담팀을 가동했으며 한국기업전산원도 작년말 별도의 ERP컨설팅자회사를 설립했다. 그런가하면 영림원은 삼정회계법인과, 한국하이네트는 영화회계법인과 각각 컨설팅 협력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중소기업의 ERP시장 규모는 3백억~5백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들 ERP업체는 외국업체의 공세로부터 이 시장을 지키는 파수꾼이기도 하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