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보통신] 신토불이 ERP : '성공사례'

서울 가양동의 자동차 음향기기 개발 전문업체인 대성하이테크전자. 이 회사는 국제통화기금(IMF)한파가 두렵지 않다. 산업 전체가 꽁꽁 얼어붙어 있어도 80여명의 이 회사 직원들은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어려운 사업여건 속에서도 지난해 1천만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이 회사 성장의 비결은 다름 아닌 ERP(한국하이네트의 인프라ERP). 작년에 구축한 ERP가 "괴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의 정헌식 부장은 "ERP시스템은 모든 영업활동의 맥을 이어주는 신경망과 같은 존재"라며 "이제 ERP없이는 아무 일도 못 할 정도"라고 말했다. 대성하이테크전자가 지난해 구축한 ERP는 생산 자재구매 판매 경리 재고 등 8개 분야에 2백50여개 단위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생산공장 영업부 자재구매부 경리부 사장실 등 5개 부서에 설치된 컴퓨터 단말기가 회사를 움직이고 있다. 구축비용은 PC를 포함해 약 3천만원에 불과했다. 정부장은 "ERP는 재고관리에서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해 ERP도입 이전 10억원어치에 달했던 재고가 지금은 4억원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들려줬다. 그만큼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는 또한 급변하는 음향기기 유행을 따라잡는데도 큰 도움을 주었다. 재고관리 직원도 기존 7명에서 2명으로 감축할 수 있었다고. 부품 수발주 업무도 크게 개선됐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음향기기는 대략 3백80여가지 모델. 이 모델을 생산하는데는 약 8천여가지의 부품을 공급받아야 했다. 정부장은 "ERP도입 이전에는 직원 한명이 하루에 1개 모델 수발주 업무를 처리하기도 힘들었다"며 "그러나 요즘은 당일 필요한 수발주 업무를 그날그날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으로부터 제품을 수주해 최종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6개월에서 40일 안팎으로 빨라졌다. 자연 자재부 직원중 4명은 생산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회계를 담당하는 총무부서 직원들은 수작업에 따른 "오기공포"에서 해방됐다. 영업 판매부서 실적은 자동으로 회계관리프로그램에 나타난다. 지난해 연말은 밤샘 작업없이 결산을 마쳤다. 경영기획 수립에도 커다란 변화가 왔다. 사장(정헌대)은 컴퓨터에 떠오르는 판매 주문 재고 급여내용 등을 보며 시시각각 경영방침을 결정하고 있다. 회사 업무 흐름중에서 막힌 곳을 찾아내 이를 뚫어주고, 너무 앞서 나가는 부서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됐다. 회사 전체가 살아있는 생물처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는 "ERP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사내 업무전산시스템을 대외적으로 확대하려는 작업이다. 인터넷을 통한 해외바이어와의 전자상거래(EC)시스템 구축이 다음 사업목표다. 물론 ERP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ERP는 대성하이테크전자의 발전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