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그리고 쓸모있게" .. IMF시대 바뀌는 마케팅전략

LG전자는 최근 90만원대의 5백리터급 냉장고를 선보였다. 동급의 기존모델과 비교하면 10만원이 싸다. 원자재가격인상으로 원가상승요인이 있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시대임을 감안해 오히려 가격을 내렸다. 재미있는 점은 냉장고의 일부 기능을 종전보다 강화했다는 것이다. 냉장실내 파워탈취장치 등 실용적인 기능을 추가했다. "가격은 보다 싸게,기능은 보다 효율적으로"라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맞아 기업들의 마케팅전략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소비패턴 자체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IMF시대 소비자행동의 가장 큰 특징은 "생존소비"형으로 바뀐다는 점.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가능한한 구매를 않거나 구매하더라도 꼭 필요할 때만사는 극도의 소비위축이 일어난다. 한마디로 "사느냐 죽느냐(Buy or Die)"식의 소비자행동이다. 기업들로선 수십배의 판매노력이 필요하며, 종전과 다른 마케팅전략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다. 소비패턴이 바뀌면 기업들의 전략 역시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고효율 저가격 상품만이 살아남는다 =가장 기본적인 마케팅 원칙이다. 유행과 스타일중심의 상품, 다기능상품은 외면당한다. 그러나 무조건 싸다고 잘 팔리는건 아니다. 소비자들은 "값이 싸면서도 효율이 높은" 제품을 요구한다. 특히 가전제품과 자동차는 대표적이다. 현대 아토스의 경우 지난 1월 이회사의 전체 승용차 판매실적(1만1천7백대)중 44.8%를 차지했다. 대우 역시 전체 판매량(1만1천4백대)의 절반 가까이를 경차인 티코가 담당했다. 삼성 LG 대우 등 가전3사는 최근 기존 최고가모델의 절반정도 가격으로 "IMF형 가전"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7만원대의 가스레인지나 60만원대의 가스오븐레인지 등이 출시됐으며,이들은 기본기능면에선 최고가상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연대감을 자극하라 =국가경제에 대한 위기감은 국민의 애국심을 불러일으킨다. 현미차 설록차 우롱차 등 국산차의 판매는 IMF 이전보다 30% 가량 늘었다. 국산청바지 브랜드 "잠뱅이"는 판매량에서 리바이스나 게스 등을 제쳤으며,휠라코리아는 국산품이라는 해명광고를 낼 정도로 "애국"은 IMF시대의 이슈로 부상했다. 정다운상사는 "Overcome IMF"를 브랜드로 내놓았다. 렌털 제품을 개발하라 =목돈이 들어가는 제품보다는 기능만을 이용할 수있는 방법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특히 고가의 게임기 소프트웨어나 완구제품 등은 물론 카펫 식기류 악기 서적 등이 모두 대상이다. 임대제품의 경우 실용성과 기능성이 중요시 될뿐 상표나 메이커는 크게 중요시되지 않는다. 잠재적인 소비자를 찾아라 =이른바 니치마켓에 주목해야 한다. 대우중공업은 농업용 3t급 굴삭기를 개발해 전국 2백여개 단위농협에 공급하는 등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 굴삭기가 대형건설공사뿐만 아니라 농수로공사에도 쓰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삼성생명이 개발한 "여성시대 건강보험"은 사망보험금을 대폭 줄인 대신 살아있을 때의 보장을 크게 늘린 상품. 보험금은 사망했을 때 탄다는 고정관념을 바꿔 발매 20일만에 20만건을 파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