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첫 내각] '새 경제팀 손발 잘 맞을까'

김대중 정부 경제팀의 진용이 갖춰졌다. 김대통령의 경제브레인을 자임하는 자민련 인사들을 비롯해 관료 학자 기업인 등이 골고루 포진했다. 경제부처장관들의 경우 이질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출신과 경력들이 다양하다. 새정부는 이처럼 폭넓고 유연한 인선을 통해 이론과 실물경제, 개혁과 안정의 조화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속단할 수 없다. 사실상 새로운 실험인 탓이다. 따라서 그 어느때보다 정책조율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번 조각을 통해 경제여건의 변화에 따른 정책입안및 집행기능은 정통관료출신들에게 맡겼다. 정책을 통해 현실의 변화를 따라잡을 수있는 계층으로 관료집단을 선택한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폭넓은 테크노크라트풀을 형성하고 있는 자민련의 의지도 작용했다. 김대통령이 이규성 전재무부장관을 경제사령탑인 재정경제부장관에 임명한대목에서 관료집단에 대한 김대통령의 기대를 엿볼 수 있다. 김영삼정부에서 정보통신부장관을 지냈던 강봉균씨가 청와대 정책기획비서관에 임명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학자출신인 김태동 경제수석은 이들의 정책골격은 건드리지 않되 정책운용에 개혁의 입김을 불어넣는 역할을 맡게될 전망이다. 이번 조각의 또다른 특징은 경영마인드를 가진 인물들의 대거진출이다. 산업자원부장관에 임명된 박태영의원은 한비산업무역회장과 교보생명(전 대한교육보험) 부사장을 거쳤고 건설교통부장관에 기용된 이정무의원은 대구백화점 대표이사를 지낸 인물이다. 또 해양수산부의 김선길장관은 중소기업은행장 증권협회회장 등을 역임한 금융계의 마당발이며 정보통신부의 배순훈장관은 TV광고를 통해 일반인들에게까지 얼굴이 알려져 있는 기업인 출신이다. 그동안 이들 부처의 장관이 대부분 구 재정경제원 출신들로 채워져온 점을감안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인선이다. 이들은 주로 정책의 집행과정을 중심으로 직접 실물경제를 챙기는 역할을 하게될 전망이다. 이렇게 보면 김대중정부의 초대경제장관들은 정책통과 실물경제통의 양대축으로 극명하게 대비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들이 김대통령의 의도대로 손발을 잘 맞출지 여부는 속단할 수 없다. 그 어느때보다 경제여건이 어렵고 새로운 시도들도 많기 때문이다. 다양한 경력의 새장관들이 각자의 의견을 어떻게 국정에 효율적으로 반영시켜 나갈지도 의문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간 정책공조문제도 변수다. 양당은 이미 대기업 경영개혁문제로 많은 이견을 노출시키고 있다. 아직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은 기획예산위원장과 금융감독위원장에 어떤 인물이 기용되느냐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특히 기획예산위원장의 경우 평소 김대통령을 대신해 정책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타부처와의 마찰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