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 떠난 '기아호'] 공기업화/3자매각 '안개'..어디로가나

기아자동차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재산보전관리인으로서 기아정상화의 중심에섰던 진념 회장이 빠짐에 따라 기아처리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됐다. 기아가 의도했던 대로 산업은행출자전환을 통한 정상화가 이뤄질지, 아니면제3자매각이 빨라질지 한치 앞을 내다볼수 없게됐다. 진 회장체제에서의 기아처리도 순탄치 않은 상황이었다. 진 회장이 김영삼 정부때 제3자매각을 배제한 상태의 금융지원을 약속받았으나 현실은 첩첩산중이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자금지원에 인색했다. 출자전환도 약속과 달리 백년하청이었다. 그럼에도 진회장이 대정부나 금융기관교섭력이 뛰어나 기아직원들은 진 회장을 축으로한 정상화에 어느정도 기대를 걸었었다. 그 축을 잃은 기아호는 당분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진 회장 스스로도 자금지원에 인색한 금융기관의 높은 벽에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김선홍 전 회장과 가까운 일부 경영진들과의 마찰이나 기아처리에 대한 정부의 미지근한 입장때문에도 기아고수를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심은 기아의 향방에 쏠리고 있다. 두갈래로 예상해볼수있다. 첫째는 제3자매각이 빨리질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11월6일 재산보전관리인으로 선임된 진회장은 직원들에게 두가지를약속했었다. 기아자동차의 3자매각반대와 공기업화를 통한 정상화가 그것이다. 진 회장은 당시 고건 총리로부터 이 두가지를 확약받았다고 밝혔다. 새정부가 이같은 흐름에 개의치않고 진 회장을 기획예산위원장으로 입각시킨 것은 기아처리방향을 새롭게 정한게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킨다. 그 방향은 제3자매각이라는 점이다. 결국 새정부는 산업은행을 통해 출자전환을 한 다음 그 주식(30%상당)을 다른 기업에 처분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 경우 포드와 제휴해 기아자동차인수를 시도하고 있는 삼성자동차의 공세가 주목된다. 삼성은 진회장의 퇴진으로 기아인수여건이 나아졌다고 보고있다. 삼성자동차가 기아인수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현대자동차등 다른자동차업계의 대응도 관심거리다. 정부가 3자매각을 추진할 경우 누가 인수후보가 되느냐에 관계없이 기아자동차노동조합의 강력한 반발도 예상된다. 이때문에 기아처리는 자동차업계간의 마찰이나 노조의 반발등을 무마하면서 정치적으로 해결될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기아자동차처리의 두번째 가능성은 당초 진회장이 약속한대로 산은출자전환과 전환된 주식의 증시매각을 통한 공기업화다. 박제혁 사장을 중심으로 한 기아인들 손으로 기아를 정상화시켜 기아의 깃발만은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산은등 채권단의 적극적인 협조와 이를 끌어낼수있는 정부에 달려있다. 현시점에서 채권단이나 정부는 기아의 자력회생이 어렵지않겠느냐는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7월15일 부도유예협약을 적용받으면서 경제위기를 초래한 기아자동차의 처리문제가 새정부의 최대과제로 부각됐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