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초대석] 나춘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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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매상 연쇄부도로 출판사와 서점 인쇄 제본 제지업계등 출판산업 전체가 위기에 빠졌습니다. 마비된 유통망을 살리기 위해 도매상을 대형 단일유통기구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중입니다" 지난 3일 "출판계 회생을 위한 긴급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나춘호(56)대한출판문화협회장은 "독자들에게 책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면서"출판인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새 유통기구를 통해 체계적인 도서공급망을 갖추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식의 젖줄인 출판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정신적 공백상태가 빚어집니다. 눈앞에 닥친 어려움보다 앞으로의 일이 더 걱정이에요. 정부에 5백억원의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지요" 그는 "출판.서점업계가 일손을 놓은 채 허탈감에 빠져 있다"면서 "하루빨리객관성과 투명성을 갖춘 유통기구를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직접 나서서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판사들이 책을 펴내도 공급할 통로가 없기 때문에 다 된 원고를 붙들고 속수무책으로 기다리는 실정입니다. 신간이 안 나오니 서점들도 울상이지요" 출판유통체계를 정비하자는 논의는 그동안에도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60여개나 되는 업체들의 이해관계와 기득권 다툼때문에 그때마다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출판사 대표들이 2~3일 보문당 부도 대책회의에서 "도매상의 근본적인 구조조정 없이는 해결방안이 없다"고 입을 모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 그는 "혼란이 계속되면 결국 애꿎은 독자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고 역설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