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IMF시대의 소비전략 .. 박찬성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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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성 "여기가 한국 맞느냐" IMF사태를 맞은 서울 시민들 옷차림을 보고 놀라워 하는 외신기자의 의문에 찬 물음이다. 또 일본 아사히TV 기자는 "일본 국민들은 가난하게 살지만 국가는 부자이다. 그러나 한국은 국가가 부도나 IMF자금을 지원받게 되었는데도 국민들은 여전히 부자로 살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IMF시대가 막상 개막되고 3개월이 지난 이후 우리 국민들의 소비생활은 극도로 위축되어 현재 내수시장이 얼어붙은 현상이 일어나고,외제 소비재들은 더욱 판매가 되지 않고 있다. 연일 IMF 한파와 대량실업증가, 물가 폭등, 외환 위기, 3월 대란설 등으로 국민들은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지내고 있는 현실이다. 한편에서는 경제난국 극복을 위해 힘차게 재도약해야 한다는 용기와 희망을 갖고 활발히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예를 들면 "금모으기 운동", "재활용품 모으기", "소액 달러 모으기"등은 국제적으로도 높이 평가되는 우리 국민의 단결력이며 위기극복의 대처 능력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국민들의 근검절약 운동과 아울러 내수 경기가 부진하면서 외제 소비재판매가 둔해지자 미국에서는 벌써 한국의 외제수입 감소를 우려하면서 한편으로는 통상압력을 가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 국민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호화롭지도 사치스럽지도 않다. 오히려 "쩨쩨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다. 특히 상류층이나 부유층일수록 이러한 사고가 깊이 뿌리 박혀 있기 때문에 전 국민 대다수가 호화사치 과소비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다. 그들은 자녀에게 어려서부터 자립심 독립심을 키워주는 것과 함께 용돈사용에 대한 금전교육과 철저한 절약생활 교육을 하고 있다. 이것은 곧 그들이 성인이 되어 한 사회의 주인이 되어서도 합리적인 소비를 할수 있도록 하는 그들의 교육방침이다. 실생활에서도 절약의 실천은 수도 전기에 대한 철저한 에너지절약과 쓰레기 분리수거를 통한 재활용,벼룩시장을 통한 옷가지와 필요한 소품들을 나누어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선진 국민은 물론 관광객들까지 즐겨 찾게 하는 관광상품으로 발전하였다. 또한 선진문화의 대표적인 예로 소형문화를 들수 있다. 이것은 대형을 선호하고, 부유층일수록 큰 집, 큰 차를 가지고 있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한국인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겠지만,선진국일수록 거리에는 오래된 차들과 소형 자동차가 달리며, 가전제품의 사용기간도 7~8년 이상은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되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듯 선진국 국민들은 근면 절약하는 생활을 계속해 왔기에 국력을 신장시킬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그들은 선진국으로 발전하기 위하여 내부적으로도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과 실천을 병행하였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인정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경제공황이 한창이던 루스벨트 대통령 당시인 1933년 "국산품 구매법"(Buy American Act)이 제정되었고, 1996년 9월 "국산품애용촉진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국산품 사용을 유도해왔다. 국산품구매법은 연방정부에서 물품을 구매할때 특별한 경우 외에는 미국산을 사야 하며, 제조업제품은 부품이나 원료의 50%이상이 미국산이어야한다고 정해 놓았다. 공공용도에 필요한 자원은 미국내에서 채굴되고 생산되는 비제조품,공급품, 물자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기초로 건설등 공공사업 계약시 미국의 국가안전을 위해 외국기업은 입찰에서 배제토록 규정하고 있다. "국산품애용촉진"법은 미 상무부내에 판매가가 2백50달러 이상인 순수 미국산 제품에 관한 정보와 설명을 무료제공하는 미국 핫라인을 설치하여 소비자들에게 제품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미국은 미국외 다른 국가에 미국상품의 소비를 늘리도록 개방압력을 강화하며, 심지어 우리 시민단체의 소비절약운동까지 수입억제정책이라며 통상압력을 가하고, 자국내에는 국산품애용촉진법은 물론 대외적으로는 슈퍼301조라는 특별조항까지 만들어 놓았다. 이러한 사실은 자유무역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미국으론 상당히 이율배반적이긴 하지만 선진국의 자국경제이익을 위한 노력은 전쟁이상의전략을 가지고 소리없는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와같이 선진국민들의 근검 절약하는 생활태도와 경제대국인 미국에서조차도 국산품애용이 법제화되어 있다는 사실은 기업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는 일에는 선진국 후진국의 차이가 있을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IMF시대를 맞이하여 우리 국민들은 다시 한번 우리를 돌아보며 버릴 것은 버리고, 선진국민들의 검소한 소비생활자체가 선진국으로 더욱 다가서는 기본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