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한자리시대' 오나"..브렌트유 한때 배럴당 12.89달러

"배럴당 10달러 선이 무너질 것인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달러대까지 떨어지면서 유가 "한자릿수 시대" 개막이 멀지않았다는 다소 성급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9일 런던시장에서 국제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는 한때이긴 하나 10년만에 최저수준인 12.89달러까지 폭락해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브렌트유는 이날 배럴당 12.98달러에 마감됐다.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공식 유가목표치인 21달러보다도 7~8달러 낮을뿐 아니라 96~97년의 평균유가(배럴당 18.68~20.29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유가약세를 점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공급과잉과 수요감소다. 우선은 공급과잉이 큰 요인. 유가문제 및 쿼터조정 등을 논의하기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 긴급총회를열기로 했으나 회원국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회의개최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당분간 석유감산은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OPEC는 당초 오는 16일 총회를 열어 쿼터조정 등을 논의키로 했으나 베네수엘라와 사우디 아라비아의 갈등으로 회의개최는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최대 쿼터위반국인 베네수엘라는 단 1배럴도 감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회의에도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는 하루 쿼터량(2백58만배럴)보다 무려 1백만배럴이 많은 3백50만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도 베네수엘라가 이런식으로 나온다면 일방적인 감산으로 시장점유율을 잠식당하지 않겠다고 나섰다. 이는 세계석유시장에서 "생산조절자(swing producer)"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 투자은행 메릴린치의 경제분석가 마이클 로스만도 쿼터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석유시장의 공급과잉물량이 2.4분기에는 하루 1백80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과잉속에 급격한 수요감소도 유가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위기로 아시아국가들의 석유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 지역의 수요량은 하루 80만배럴에서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소비처인 미국에서도 엘니뇨로 인한 이상난동으로 난방유 등의 수요가크게 감소했다. 아랍석유수출기구(OAPEC)는 최근 월례보고서에서 올 2.4분기 세계 석유수요가 하루 2백10만배럴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일부 전문가들은 유가하락이 어느 정도 선에서 멈출 것이며 "배럴당 10달러이하"는 지나치게 성급한 전망이라고 반박한다. 런던에 있는 글로벌에너지연구센터 마노우체르 타킨박사는 "사우디와 베네수엘라의 갈등상황도 이들 양국이 견뎌낼 수 있는 "한계점"이 있게 마련이며 그 한계에 도달할 경우 협상을 시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지적했다. 결국 쿼터조정 타결 등 변수가 있긴 하지만 큰 흐름은 하향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게 중론이라 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