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2일자) 금융경색과 은행 고수익

최근 기업이 연쇄도산하는 등 실물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은행들의 업무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앞으로 상당기간은 원화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며 IMF가 원화환율이 달러당 1천3백원 선으로 안정될 때까지는 고금리를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어 큰 변화가 없는 한 국내은행들은 올해 막대한 업무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환경 급변에 따른 은행들의 업무이익 증가는 어느정도 불가피하다는점을 인정하면서도 실물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보존하는 범위에서 예대마진을 축소하고 수수료율을 내리는 쪽으로 영업방향이 전환돼야할 것이다. 은행의 고객들이 모두 파산하거나 거래선을 외국은행으로 바꾼다면 국내은행의 영업기반이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상당수의 국내 대형은행들은 올해들어 월평균 1천억원이 넘는 업무이익을 내고 있고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1조원이 넘는 업무이익을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은행의 업무이익이 이렇게 큰 폭으로 증가한 까닭은 IMF 사태이후 예대마진이 크게 확대됐고 각종 수수료도 많이 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IMF사태 이전까지는 3% 안팎이던 예대마진이 지금은 5~6%로 확대됐고 신탁이나 정기예금 및 적금 등 기존상품의 자금이 새로 쏟아져 나온 고금리상품으로 대거 이동함에 따라 챙긴 중도해지 수수료도 만만치 않다. 한때 환전금액의 4.5~6.0%까지 치솟았던 외환수수료율도 무역업계의 반발로 다소 내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평균 4%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에 따라 기업부담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대출창구가 얼어붙는 바람에 기업도산이 줄을 이었고 살인적인 고금리를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앞다퉈 화의신청을 하는 바람에 경영내용이 좋은 기업들이 역차별 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4%선인 외환수수료도 대만의 0.2%, 미국의 0.4%, 일본의 0.7%에 비해 너무 높아 업계의 수출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96년말에 14억9천만달러에 불과하던 거주자 외화예금이 지난 10일에는 63억달러로 급증한 것도 기본적으로는 원화환율이 불안하기 때문이지만 이밖에도 외환수수료가 지나치게 비싼 탓도 크다. 거주자 외화예금에다 기업들이 종금사에 스와프(환매조건부 매각)방식으로 맡겨 놓은 외화까지 합하면 90억달러가 넘는다. 이렇게 수출대금이 유입되지 않기 때문에 거꾸로 원화환율이 안정되지 못하는 측면도 크다.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8%이상으로 끌어 올려야 하고 엄청난 규모의 부실채권 및 주식평가손실 때문에 거액의 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 은행입장에서는 최근의 업무이익증가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다행한 일이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국내은행의 경영개선을 위해서는 부실채권 등 무수익자산을 과감히 처분하고 엄격한 대출심사로 부실채권의 추가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급하지,비정상적으로 높은 예대마진이나 수수료율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