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고통' 극심..미 코리아소사이어티 'IMF 개입'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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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학영특파원) "새정부가 추진하는 개혁방향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단기적으론 1-2년간 극심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5-6%로 떨어질 수도 있다" "정부 금융기관 기업 모두 개방을 확대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구조적변화를 계속 추구해야 한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월가고위인사들이 대거 모인 뉴욕 유니버시티클럽. 코리아소사이어티(회장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가 "한국에 대한IMF 개입"이란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이들 고위인사들은 한국기업부채 금융기관부실 재벌문제 등에 관해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IMF체제 1백일을 맞는 한국경제에 대한 월가의 중간평가같은 분위기였다. 전반적인 개혁방향은 잘 잡혀가고 있으나 앞으로 1-2년간 개혁의 고통은 극심할 것이라는 평가가 주류였다. 때때로 한국인의 배타성향을 성토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한국에서 기업하는 것은 총탄이 쏟아지는 참호에서 전쟁을 하는 것과 같다"는 비유도 나왔다. 이와관련, 리먼브러더스의 레이먼드 데이비스 수석부사장은 "한국이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기업파산절차를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법개정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양대 노총간 경쟁으로 노사분쟁이 일어날 위험이 여전해 노사관계안정과 노동시장유연성제고가 직접투자를 유치하는 관건으로 지적됐다. IMF가 요구한 개혁프로그램의 강도나 당위성에 관해선 불가피하다는 인식이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고금리 기업도산 실업증대 소비나 투자위축 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골드만삭스의 로버트 호매츠 부회장은 "한국이 경제위기를 겪음에 따라 아시아경제모델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서구식 모델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비교우위를 살리면서 각국에서 좋은 점을 택하는게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재벌들이 추진하고 있는 그룹회장제 폐지로 계열사간 조정역할이 없어지는데 따른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각사가 독립경영을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게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부실금융기관 정리에 대해선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고 국민세금부담이라는 지적이 있었으나 마땅한 대안은 제시되지 못했다. 정부가 매각을 추진하는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은 팔릴 것 같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개별기업문제도 거론됐다. 코리아펀드의 니콜라스 브래트사장은 "SK텔레콤으로 하여금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외국인사외이사제를 도입토록 끝까지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포철의 성공적 경영을 높게 평가하는 의견도 나왔다. 삼성그룹이 자동차사업에 진출한 것은 무리가 있으나 포드와 합작한다면 경쟁력을 갖출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제기됐다. 한국측 토론자로 참석한 박수길 유엔주재대사와 박영철 한국금융연구원장은외국인에 대한 한국국민들의 인식전환과 개혁방향을 소개했다. 박 대사는 "김대중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며 "국민적 합의를 통해 개혁을 추진하고 있어 개혁이 정치권으로부터 악용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금융개혁과 관련, "그동안 억제됐던 기업인수합병이 원활해지도록 제도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 월가는 원화환율이 안정돼 가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러나 앞으로 몇개 대기업이 부도날 가능성이 있고 그로인해 환율이 다시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월가에선 또 외국투자전문가나 저명인사들이 일산이나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 나눈 대화나 김대통령이 쓴 책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관계나 금융계 인사들이 김대통령이 살았던 일산 자택의 분위기나 그의 개혁의지를 화제삼아 얘기하는게 유행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