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면톱] '북풍 극비문서' 한나라 강타

구속된 안기부 전 해외조사실장 이대성씨가 여권에 전달한 "대북접촉동향보고서"에 지난 대선기간중 구여권의 고위급 인사와 북한의 고위층이 "북풍공작"을 위한 거래를 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것으로 17일 밝혀져 정치권에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문건은 안기부가 96년부터 올 2월까지 중국 베이징을 중심으로 이루어진국내 정치권과 북한 고위층의 북풍공작 거래를 취합해 놓은 것. 이게 사실로 드러날 경우 당사자들의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 나아가서는 국기를 뒤흔드는 미증유의 사건으로 비화돼 정치판을 새로 짜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문건대로라면 한나라당이 이회창후보의 당선을 위해 북한측과 밀거래를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문건을 이실장으로부터 받아 청와대와 안기부에 전달한 정대철 국민회의부총재는 "북풍의 주체가 정치권이라는게 문건의 주요내용"이라며 "남북한 최고위층의 뒷거래가 있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 문서에는 한나라당 정재문의원이 지난해 11월20일 베이징의 장성호텔에서 북한 조국평화통일 위원장대리인 안병수를 만나 3백60만달러가 든 것으로 보이는 가방을 전달하며 북풍과 관련한 협조를 했다는 내용이 포함된것으로 전해졌다. 문건에는 또 북한군이 96년 4.11 총선을 앞두고 같은해 4월5일과 6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중무장한 병력 3백여명을 투입, 휴전선의 긴장을 고조시킨 사건도 안기부와 정치권의 북풍공작차원에서 이뤄진 사건임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대중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대북특사까지 보낸 사실도 문건에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밀문건은 정치권을 시계 제로의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여권은 일단 사안의 폭발력을 감안,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박지원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총재가 문건을 넘겨준 인물로 알려진) 문희상 정무수석도 문건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면서 "확인 안된 문건으로 흥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경제를 살리는게 힘을 모아야 한다는게 김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회의도 박홍엽 부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우리당은 북풍공작에 관한 수사가 정치쟁점화되고 정치목적에 이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겉으로는 "논란이 되고 있는 안기부 문건에 대한 입장은 사실확인을위한 수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펄펄 뛰고 있다. 문건에 거명된 정재문 의원은 "안병수를 만난 사실은 있으나 돈을 건넸다는것은 말도 안된다"며 문건을 흘린 주간 "내일신문" 등을 상대로 법적인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흥분했다. 맹형규 대변인은 "여권이 우리당과 북한당국이 특별한 커넥션이 있는 것처럼 허위사실을 흘리고 있는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책임있는기관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북풍"이 어디로 뛸지 모르는 럭비공으로 간주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