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로렌스 클라인 <미 스탠퍼드대 교수>..노벨상 수상

[ 뉴욕=이학영 특파원 ]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렌스 클라인교수(미 스탠퍼드대)는 "한국의 외환 위기는 이미 바닥을 쳤다"고 진단하고 "한국은 최근 3개월 연속으로 큰 폭의 무역흑자를 기혹하는 등 저력을 과시한데 이어 새 정부가 정치적안정을 이끌어 냄으로써 국제 금융계에 긍정적인 신호를 연달아 내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클라인 교수는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금유 및 자본시장 자유화와 노사개혁 조치 등 새 정부의 정책방향이 바람직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이번 기회에 기업들의 과도한 차입 경영과 불투명한 회계시스템을 국제 수준으로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며 "위기를 잘 활용한다면 한국은 명실상부한 선진 경제국으로 재도약할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 한국이 외환 위기의 바닥을 벗어난 것으로 보는 근거는. "주가 환율 등 각종 지표가 말해주고 있다. 3개월 연속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의 저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좌라고 본다. 더욱이 정치적으로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도 돋보인다" - "프로젝트 링크"(클라인교수가 주도하는 연구단체)는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 1.6%로 뒷걸음질한 것으로 봤는데. "단기적으로는 혹독한 댓가를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 길게 봐서는 마이너스 성장기를 겪는게 도리어 약이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리라는 정돈하지 못했던 것들을 특히 어떤 분야를 정비해야 할 것이다" - 특히 어떤 분야를 정비해야 한다고 보는가. "금융 분야의 개혁이 시급하다. 한국정부가 서둘고 있는 자본.외환시장 자유화 조치는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 노사 개혁도 마찬가지고, 기업 쪽도 할 일이 많다. 그동안 과도하게 차입에 의존해 온 것도 문제지만, 회계처리가 투명하지 않았던 것이 더 큰 잘못이다" - 수출로 활로를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의 공도 크다고 보지않는가. 물론이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과연 수출 일변도로 성장해 왔느냐에 대해 나는 생각을 달리한다. 실상을 보면 한국은 수출보다 수입을 더 많이 해 온 나라다.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스스로 "수출주도형 경제"라고 하는 것은 다분히 말장난일 뿐이다" - 외환 위기의 원인이 바로 만성적인 수입 초과라는 지적이군요. "적자를 메우느라 여기저기서 외채를 빌어 쓴게 사실이다. 이 점을 보더라도 무역과 금융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 잘 설명된다. 금융 시스템이 낙후된 상태에서 마구 외채를 끌어들이는 것은 위험하다" - 그렇더라도 만성 적자 상태에서는 해외 자금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아무리 외환이 아쉽더라도 금융시장 체계를 뒤흔들 소지가 있는 단기 핫머니같은 것은 통제해야 한다. 초단기 자금에 대해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토빈세(일종의 와환거래세)"의 도입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차입만이 외국 돈을 끌어들이는 방법은 아니다. 외국인 직접투자(FDI)나 합작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최선이다. 길게 봐서 금융 및 자본시장 자유화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 요즘 한국 내에서는 금융과 자본시장의 빗장을 너무 한꺼번에 풀고 있는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무역과 달리 금융산업 개방은 절차와 단계를 잘 밟아 나가는게 중요하다. 주식과 채권시장의 투명한 운영, 투자관련 세제의 합리적 정비, 중앙은행의신축적인 공개시장 조작, 충분한 외환 보유, 기업 파산 및 퇴출에 대한 법적정비, 돈 세탁에 대한 철저한 추적과 규제 등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