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현의 증시 파노라마] 경기침체 불구 틈새시장 존재

12월결산 상장회사들의 97년 영업실적이 대부분 밝혀졌다. 어느정도 예상됐던 터이기는 하지만 5백10개사가 기록한 4조5천억원이라는 적자규모를 보면 기업들의 경영형편이 생각보다 훨씬 더 나쁜 것같다. 그나마 은행들이 대손충당금과 유가증권 평가손을 전액 반영하지 않아 이정도이지 이를 모두 반영할 경우 작년한해의 손실규모가 8조원에 달한다는 얘기고 보면 주식시장이 이나마 유지하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기업들의 경영성과가 주식시장의 가장 기본적인 재료라는 것은 새삼 말할 나위가 없다. 장사를 잘한 경우 주가가 올라가고 영업실적이 나쁘면 주가도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때 금년 주식시장의 전망은 별로 희망적으로 보이지가 않는다. 물론 다른 여러가지 재료에 의해 주가가 출렁거리고 또 때로는 강한 상승세를 탈수도 있지만 주식시장의 가장 기본적인 밑바탕을 이루는 기업 경영상태가 여의치 못하기 때문이다. IMF 체제의 어려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얘기가 많고 기업들의 금년 영업실적 전망역시 불투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짭짤한 재미를 볼 수 있는 구멍이 얼마든지 있는 곳이 또 주식시장이다. 수출주도형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 곳 등 IMF 체제 아래서 오히려 신바람이 나는 회사도 제법 있다. 또 아무리 경제여건이 어렵더라도 새로운 힛트상품을 만들거나 신제품 개발 등으로 이익을 크게 내는 회사 역시 있게 마련이다. 이런 회사의 경우 요즘같은 증시 여건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외환위기전보다 훨씬 더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승승장구하기도 한다.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는 투자격언처럼 기업의 지나간 영업실적은 주식투자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는 이론도 만만찮다. 지난해 영업실적은 알게 모르게 주가에 이미 반영된 경우가 대부분이고 또 작년 실적이 좋았다고해서 이같은 추세가 금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경영성과 역시 활용하기 나름이어서 앞으로 영업활동을 전망하고 추세를 분석하는 재료로 이용할 수도 있다. 97년 결산자료 역시 마찬가지다. 또 재무제표 분석을 통해 영업실적 호전이라는 성과가 아직까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종목을 찾아낼 수도 있다. 물론 이같은 숨겨진 보석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남보다 좀더 열심히 재무제표를 챙겨보고 또 연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같은 노력이야말로 이제 막 밝혀진 97년 영업실적을 이용해 주식투자의 성공확률을 높이는 가장 효율적인 작업이라고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