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위기극복" IBRD 소장에 듣는다] 부실기업 조속 퇴출

세계은행(IBRD) 서울사무소장 부임을 앞둔 스리람 아이어 IBRD 아시아태평양국장은 한국의 최근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개혁속도에는 다소불만스런 반응을 보였다. -세계은행이 4년만에 한국 사무소를 재개하게 됐다. 얼마동안 서울에 체류할 계획인가. "일단 2년으로 잡고있다. 지난 94년 한국이 세계은행을 졸업할 때 한국이 "예기치 못한 위기(unforeseen crisis)"를 맞을 경우 즉각 지원한다고 약속했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다행히도 한국은 빠른 속도로 위기를 벗어나고 있다" -최근 IMF도 한국 사무소를 개설했다. 세계은행 한국 사무소는 어떤 일을 할 것인가. "한국이 외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금융산업 구조조정 등의 정책자문을 맡게 될 것이다. IMF가 금리 물가 환율 등 거시경제분야의 정책수립에 조언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미시경제적인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 지원을 한다고 보면 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경제개혁조치를 평가한다면. "외환-자본의 자유화및 정리해고도입 등 일련의 조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진전상황에 대해서는 완전히 만족한다고 말할 수 없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불만스러운가.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회복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인데 이를위한 금융기관 구조조정이 아직 미흡하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작업도 마찬가지로 지지부진한 것 같다. 금융부문의 개혁을 위해서는 기업개혁이 동시에 단행돼야 한다. 부실금융기관과 기업은 조속히 퇴출해야 할 것이다" -IMF가 한국에 요구하고 있는 고금리-통화긴축 등의 정책처방에 대해 일부서방학자들이 비판하고 있다. 세계은행의 스티글리츠 부총재도 비슷한 견해를 피력하고 있는데.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외환위기 초기단계에서는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으로서어느 정도의 고금리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환율이 안정되면 저절로 금리도 하향조정될 수 있을 것이다. 멕시코의 경우 88년 외환위기 당시 연 8% 수준이었던 금리가 30%로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에 비하면 현재 18~20%선인 한국의 금리수준은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는 셈이다" -세계은행이 한국에 약속한 1백억달러의 지원자금중 2차분 20억달러의 집행이 늦춰지고 있다. 금리조건을 둘러싸고 양측간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는데. "실랑이(conflict)라기 보다는 협의(discussion)에 시간이 좀 걸리고 있어서다. 세계은행은 작년 12월 한국에 위기가 한창 진행중일 때 신속히 30억달러를 지원했다. 그 바람에 재원이 상당히 고갈돼 있는 상태다. 이번에 지원할 2차분까지만 합쳐도 역대 최대 규모의 지원이된다. 한국에 많은 돈이 돌아가는 바람에 다른 빈곤국들에 대한 지원에 일부 차질이 빚어지게 됐을 뿐 아니라, 소요 자금을 조달하는데 드는 비용도 높아졌다. 이에대한 부담은 한국과 공유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금리조건에 대한 양측간 이견이 많이 좁혀지고 있다" -만만치 않은 돈을 한국에 쏟아붓는 이유는. "한국이 현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경우 그 열매는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은행에도 돌아올 것이다. 그만큼 한국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얘기다. 세계은행은 2차 석유위기 직후인 80,81년에도 한국에 수억달러의 구조조정자금을 지원했었는데 한국은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함으로써 세계은행의 위상을 높여 줬었다. 같은 배를 탄 공동운명체로서 이번에도 성공적인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인도출신의 아이어(57) 국장은 69년말 세계은행에 입행한 뒤 줄곧 이 기관에 몸담아 왔다. 94,95년의 멕시코 금융위기 때도 현지에 파견 근무한 "위기관리의 적임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