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에 좌초한 '제빵 대명사' .. 고려당 부도 원인과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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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부도를 내고 쓰러진 고려당은 국내 최초의 기업형 베이커리 전문점. 창업주인 김규욱(77년 작고)씨가 종로2가 모퉁이에서 리어커를 놓고 숯불에빵을 구워 팔면서 시작해 해방직후인 1945년 9월 서울 종로2가 현 본점자리에 "고려당"이란 상호를 내걸었다. 이후 찹살떡 팥도너츠 파운드케이크 등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얻으면서제빵의대명사로 불리웠다. 고려당은 70년대들어 본격적인 성장세를 타 국내 베이커리업계를 주도해 나갔으며 사세가 크지자 80년대 중반 경기도 성남공단에 공장을 세우고본사도 이전했다. 현재 성남 증평(충북) 경산 정읍 등 4개지역에 생산공장을 갖고 있다. 93년에는 베이징등 중국 2개지역에 합작사도 설립했다. 또 90년 고려스낵식품 93년 샌드위치전문점인 "써틴써틴"과 우동전문점 "미미" 그리고 95년에는 풀무원과 공동으로 "엑스후레쉬"를 세우는 등 사업다각화도 추진했다. 그러나 고려당의 이같은 사업다각화는 점차 자금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 90년대 들어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파리크라상및 크라운베이커리의 공격적 경영에 밀리면서 사세는 점차 기울기 시작했다. 결국 93년에는 크라운 베이커리에 업계 1위자리를 내줬다. 지난해에는 창업 이후 처음으로 매출액 감소(96년대비 8% 감소한 5백60억원)를 겪었다. 게다가 올들어 IMF한파의 영향으로 설탕 밀가루 등의 원료가격이 급등,자금난이 더욱 심화됐다. 특히 뉴코아 등 유통거래선의 부도로 미수금이 10억원을 넘어선 것도 상당한 부담이 됐다. 고려당측도 이런 자금난을 인식, IMF한파가 몰아치기 전인 지난해 6월부터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창업터전이던 종로 본점을 3개월전 매물로 내놓았다. 또 본사및 공장 인력을 대폭 정리해 지난해초 1천1백80명에 이르던 인원을 5백85명으로 줄였다. 그러나 종로 본점의 매각이 여의치 않으면서 부채비율이 8백%까지 치솟자 지난 19일 수원지원에 화의신청을 하는 최악의 상황에 몰렸다. 이 회사는 현재 창업주의 부인인 주영숙씨가 회장으로 있으나 경영에는 크게 간여하지 않고 있다. 80년대 중반부터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온 김지정씨는 전문경영인으로 창업주의 장남(고 김지웅)의 서울대 상대 동기동창이다. 한편 지난 1월 크라운베이커리가 자금난으로 화의신청을 한데 이어 이날 고려당이 부도를 내자 베이커리업계에 연쇄부도 양상이 일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