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철웅 <성전암 대선사> .. 20년만에 첫 설법

대구시 팔공산 현응선림 성전암에서 20년동안 두문불출해온 철웅 대선사(64)가 오는 31일 처음으로 대중들앞에 나서 설법을 편다. 철웅대선사는 법문을 들려주기에 앞서 25일 성전암에서 기자들과 만나 엉뚱하게도 "네 좌우명이 뭐꼬"라는 화두로 말문을 열었다. -지금의 경제위기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인류사에 언제 위기 아닌 적이 있었나. 우리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지도자와 백성의 의식이 타락했기 때문이지. 해방 후 그 어려울 때도 살아왔어. 군살 빼고 정신 바짝 차리면 다시 일어설 수 있어. 예수나 부처는 10원짜리 한번 손에 댄 적이 없지만 수천년 동안 전세계의 목사나 신부, 중들을 다 먹여살리고 있지. 성서나 불경에는 위대한 경영원리가 담겨 있어" -20년씩이나 산문 밖으로 나오지 않는데는 까닭이 있습니까. "앉아 있어도 안되는데 돌아다니면 공부가 되겠어. 나는 근기가 약해 밖에 나가면 온갖 탐심이 일지. 내 공부가 아직 10년이나 더 남았어. 31일 파계사 진동루 앞에서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설법을 해. 내가 배운 것만이라도 들려주면 조금이라도 편안함을 얻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서 마음을 먹었지. 예수가 죽은 나자로를 벌떡 일으키듯 그 경지에 이르면 그때 진짜 세상 밖으로 나갈 거야" -수행의 방편은 무엇으로 삼으셨나요. "조계종은 전통적으로 경서와 참선을 뼈대로 하고 있지. 참선은 고도의 철학적사유야. 크게 의심한 뒤 크게 깨닫는 거지. 종이에 돋보기로 햇빛을 쪼이면 어느 순간에 불이 붙듯이 마음을 집중하고 있으면 깨달음을 얻게 되지. 3년 동안 장좌불와(눕지 않고 앉아서 수행하는 것)를 했는데 그거 아무 소용없어. 앉아서 꾸벅꾸벅 조는 게 자빠져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자게 돼" -지금 정치인 가운데서는 누구를 지도자 감으로 꼽으시겠습니까. "나는 등소평이 가고 난 뒤 김종필씨를 최고로 치지. 박정희대통령도 그를 만나지 안았으면 그 자리에 오를 수 없었을 거야. 그 양반은 지금 총리에 연연하는 게 아냐. 이번선거에서도 JP가 DJ의 진심을 믿고 힘을 보태준거야" -불가에 입문한 동기는 무엇입니까. "아버지가 제재소를 했었는데 싹 망해버렸지. 내 어머니가 셋이나 됐었거든. 그래서 서울 문리대 정치학과에 합격을 해놓고도 돈이 없어 등록을 못했지. 미군 사령부 보안과에 취직했다가 돈을 벌어 연세대 철학과에 들어갔지. 그러다 수양차 해인사에 머물렀는데 거기서 이학수스님을 만났고 그 인연으로 입산하게 됐지. 중 되니까 좋더라고, 절도 받아먹고. 사실 인간 못된 게 중되고 중질 제대로 못하는게 부처된다고 내가 바로 그짝이야. 내가 산문 밖으로 못나가는 것도 돈과 계집, 술을 좋아하기 때문이지. 땡초 중에서도 상땡초지"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십니까. "새벽 2시에 일어나 3시까지 태극권을 하지. 6시까지는 좌선을 하고, 그 다음 10시까지는 공개할 수 없는 나만의 수행을해(스님의 상좌인 원학스님은 그게 기공수련이라고 나중에 귀띔해줬다). 오후에는 대중들에게 선방을 개방하고 7시부터 9시까지는 공부를 하고 11시까지는 좋아하는 책을 읽지" 34년 10월 20일 경남 양산군 하북면 용연리에서 태어난 철웅 스님은 경남중 고교를 나와 연세대 철학과를 다니던 중 24세 때 출가했다. 백양사 방장인 서옹스님으로부터 전법게를 받았다. 저서로는 "종교와 생활" "반야심경과 성서" "무한성의 구현" "주장자" 등이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