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1일자) 김대통령의 런던방문 등정

김대중 대통령이 오는 4월2일부터 런던에서 열리는 제2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하기 위해 오늘 출국한다. 김대통령으로서는 이번 회의를 통해 취임후 첫 정상외교 무대를 밟게 되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로 보아 김대통령이 이번 런던방문에 거는 기대는 그 어느나라 정상보다 더 크고 절실하리라 본다. 아시아 10개국 정상과 유럽 15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이번 런던회의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우리 국가원수와 유럽 일본 등 채권국 정상들의 첫 만남의 장이라는 점에서 우리를 긴장케 한다. 지난 96년3월 방콕에서 열렸던 제1차 회의 때만해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제3차 회의를 서울에 유치하는 등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 눈에 띄었지만 불과 2년만에 새 대통령은 파탄난 우리경제의 부활의지를 보여주고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를 다시 이끌어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첫 해외나들이 길에 오르게 되었다. 런던은 뉴욕 도쿄와 더불어 세계 금융시장의 3대 중심지라는 점에서 김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우리가 겪고 있는 외환위기의 조기 극복을 위한 국제협력을 이끌어내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번 회의는 "아시아의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협력방안과 유럽경제통화동맹(EMU)의 장래"라는 주제가 말해주듯 아시아와 유럽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현안을 다루게 된다. 때문에 우리가 IMF와의 합의사항을 충실히 이행하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동시에 발전시키겠다는 새정부의 확고한 방침을 회원국들에 충분히 납득시킬수만 있다면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ASEM은 아직 역내 정상들이 모여 협력기틀을 다지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시아신탁기금 설립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유럽은 아시아 금융위기를 보는 눈이 비관적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취한 각종 개혁조치,투자촉진책을 잘 홍보하면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많은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또 유럽은 80년대 초반 금융위기를 겪은바 있어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배우는 기회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유럽을 장기적인 자본 및 기술협력의 파트너로 인식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미국과 일본에 편중된 경제관계를 다변화하여 유럽의 첨단산업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우리기업의 참여도를 높이고 유럽기업들의 대한투자를 적극 유치해야 한다. 경제분야 일변도로 짜여진 김대통령의 비공식 스케줄과 재계대표단을 전문경영인위주로 구성한 점 등은 정상외교에 임하는 김대통령의 의중을 읽을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김대통령이 오래전부터 강조해온 세일즈정상외교와 전문경영인들의 현장 비즈니스가 함께 어우러지는 멋진 경제외교의 진수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