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자동차수출의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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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4만8천1백57대, 2월 7만4천4백85대, 3월 11만4천9백87대..." 자동차공업협회가 집계한 98년 자동차 수출통계다. 환율 덕인지 올들어 자동차수출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재고가 12만대나 쌓여있는 내수판매와는 대조적이다. 적어도 수출통계에 나와있는 "수치"는 그렇다. 얼핏보면 수출로 내수부진을 메우면 되겠다는 판단이 든다. 지난 3월초 자동차업계가 내수진작 방안마련을 요청했을 때 정부도 "수출이늘어나는데 뭐 걱정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과연 그럴까. 해외로 실려나간 자동차 가운데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자동차가 유럽지역에만 20만대나 쌓여 있다. 6~8개월을 팔아야 소진할 수 있는 물량이다. 미국과 동남아등을 합치면 나라 밖에서 먼지를 뒤집어쓴채 주인을 기다리는국내메이커들의 해외재고는 무려 50만대에 육박한다는 추정이다. 국내재고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자동차업체들은 그동안 공장을 돌리기 위해 어쩔 수없이 수출을 했다. 국내에 더이상 쌓아놓을 곳이 없어 나라 밖으로 실어내 그곳에 쌓아두고있는 꼴이다. 따라서 수출 신장세도 멀지않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엔화가 급락세로 돌아서 가격경쟁력마저 약화됐다. 내수도 부진하고 수출도 한계가 보이는 사면초가 상태다. 정부와 자동차업체들은 그런데도 기아에만 온통 신경을 쓰고 있다. 만신창이가 된 뒤 기아를 인수하면 무얼하나. 하루속히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 김정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