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개혁 부진...장기불황 가능성 .. KDI, 정부정책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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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는 갈림길에 서 있다. 구조조정의 속도를 앞당겨라. 그렇지 않으면 장기불황의 늪에 빠진다" 이진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취임후 처음으로 3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새정부의 부진한 개혁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는 충실하게 구조조정노력을 할 경우 1년반이나 2년뒤면 경제를 살릴수있다는 주장을 펴왔다. 낙관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KDI는 구조조정을,특히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서둘지 않으면 장기불황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장기불황가능성에 대해서는 민간연구원 시각도 KDI와 비슷하다. 현대경제사회연구원의 정순원 전무는 "불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데동의한다"며 "연착륙시킬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지적했다. 장기불황은 과다한 부채를 지고 있는 기업들이 쏟아내는 부동산으로 부동산가격이 급락하면서 시작된다. 부동산가격폭락으로 금융기관들이 부실해지고 금융기능이 위축돼 멀쩡히 돌아가던 기업들마저 부도에 휘말린다. 일본은 이때문에 8년간이나 장기침체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기업들의 부채규모는 워낙 커 금융위기를 맞았던 다른 나라들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는게 KDI 우려다. 91년 금융위기직전의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경우 부채비율이 각각 150%와 190% 수준이었다. 태국도 지난해 부채비율이 150%에 못미쳤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부채비율이 4백%를 넘고 기업부채총규모는 1천조에 육박, 악순환의 우려가 더 크다는 것이다. KDI는 또한 기업부도도 이제 시작단계라고 본다. 기업부채비율이 최고점에 이르고 7분기뒤에 부도율이 최고를 기록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중반기까지 부도가 계속 늘어난다는 것. 더욱이 중국의 평가절하및 일본의 금융위기 가능성이 현실화돼 세계경제를 침체시키는 경우 충격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KDI의 김준경 연구위원은 "그런데도 대기업들은 정부가 어떻게 해주겠지하면서 협조융자에 의존하고 있어 장기불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보다 덜 심각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은행의 이상헌 조사1부장은 "일본에 비해 부동산가격 상승폭도 작았고정부가 자산가격을 뒷받침할만큼 통화를 공급할 여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구조조정이 시작단계인 점을 고려하면 불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널려 있다는 점은 부인할수 없는 상황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