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노트] (테마진단) '엔/달러 어떻게 움직이나'

노택선 일본 금융시장의 혼란이 다시금 우리 나라를 비롯한 동남아는 물론 세계경제에 위기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태평양 건너편의 미국에서는 반대로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우리 나라를 비롯해 동남아국가들은 이 같은 일본에서의 소용돌이가 자국에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해 전전긍긍하는 눈치다. 그렇다면 한 나라의 경제변동이 어떠한 파급경로를 통해 다른 나라들에 영향을 주는 것일까. 기본적으로는 국가간 이자율차이에 따라 자본이 이동한다. 그런데 많은 자금을 가지고 다른 나라에 투자를 하려고 하는 경우 단순하게이자율만을 비교할 수는 없다. 투자시점에서 앞으로의 투자대상국 환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환차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자율의 차이 뿐 아니라 환율의 변화에 대한 "예상" 역시 실질수익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되고 이로 인해 자본은 이동한다. 그러나 이러한 환위험만이 전부가 아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투자의 대상이 되는 자산은 자산의 성격, 예를들어 그러한 금융자산을 발행한 기관이나 국가의 특성, 자산의 종류 등이 모두 다르다. 따라서 이러한 차이 때문에 생겨나는 위험할증(risk premium)이 붙게 된다. 위험요소가 커지는데도 위험할증이 변하지 않으면 실질수익은 떨어지는 셈이고 자본거래에 변동이 생기게 된다. 결국 한 나라의 이자율이 떨어지거나, 환율이 더 큰 폭으로 오를 것이 예상되거나, 그 나라의 자산에 대한 위험요소가 더욱 커진 것으로 판단되면자산의 실질 수익은 줄어들게 되고 자본은 빠져 나가게 된다. 일본의 경기부양책이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해서 내심 불안해 하고 있던 국제투자자들은 무디스사의 신용등급 조정가능성 발표를 계기로 일본자산에 대한 위험요소를 크게 평가하게 되었고 이는 일본에서의 실질 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함으로 자본을 철수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엔화표시 자산을 팔아치우면서 주식값과 채권가격이떨어진 것이다. 자산을 처분하고 철수하는 자본은 엔화공급, 달러수요를 의미함으로 엔화의가치 역시 급락세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환율 상승에 대한 예상으로 이어지면서 자본의 이탈을 더욱 촉진하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 실질수익의 변화와 환율변동이 맞물려 돌아가는 양상이 된 것이다. 일본으로부터 이탈한 자본은 미국으로 흘러 들어간다. 위의 설명에서 일본의 상대방인 미국에서는 반대방향의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달러강세, 주식시장의 활황과 채권가격의 상승을 가져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등 동남아 국가들은 어떠한 영향을 받을 것인가.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달러화가 국제거래에 있어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이른바 기축통화라는 점이다. 달러화가 국제외환시장에서 강세를 나타내면, 일본 이외의 다른 나라들도 강세를 보이는 달러를 구입해 국제거래에 사용할 수 밖에 없으므로 달러화에대한 자국통화의 환율이 상승한다. 환율이 상승하거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 외국자본의 입장에서는 실질수익이 감소하게 되고 따라서 일본에서 발생한 트리플 약세가 그대로 전이될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최근 국제경제에 있어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국제간 자본이동이 급격히 늘었다는 것이다. 자본거래의 비중은 점차 커지는데, 실물부문에서의 조정은 시차를 두고 발생하기 때문에 일단 국제금융시장에서 야기된 혼란은 단기간에 걷잡을 수없는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을 보인다. 진원지가 어디든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대공황이 운위되곤 하는 것은 바로 이같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각국의 정책협조의 필요성이 나오는 것이다. 2차대전 이후 1930년대와 같은 대공황이 발생하지 않은 것은 주요 선진국들이 정책협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잘 진행시켜 왔기 때문이라는 분석도있다. 1985년 프라자 협정에 의해 선진 5개국이 외환시장에 협조개입한 것은 이같은 정책협조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