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중소기업이 몰려온다' .. 장기투자 발길 부쩍 늘어

유럽 중소기업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정리해고제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노동생산성이 크게 개선돼 한국투자를 머뭇거리던 유럽기업들이 과감히 합작투자및 공장인수를 위해 찾아오고 있다. 환율차익을 노린 미주지역 단기투자자들의 발걸음이 줄어든데 비해 장기투자를 위해 찾아오는 발길은 부쩍 늘어났다. 외국인투자유치를 총괄하는 중진공 외국인투자지원센터는 지난 3월1일이후현재까지 유럽기업들이 산업협력을 위해 직접 한국을 찾아오거나 인콰이어리를 보내온 업체가 1백33개사에 이른다고 밝혔다. 국가별로는 이탈리아가 58개사로 가장 많고 독일 25개사, 영국 21개사,프랑스 10개사, 스위스 10개사 등의 순이다. 그동안 이들은 노사분규및 외환위기를 우려해 인콰이어리를 보낸 뒤 한국 기업과 협력을 위한 저울질을 해왔으나 이젠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19일 독일의 악티엔사는 대구 한덕기계와 대구 금호호텔 19층 회의실에서 20시간에 걸친 줄다리기 끝에 38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을내렸다. 악티엔사는 독일 안데르나하에서 건설기계를 만드는 종업원 2백70명의 전형적인 중소기업으로 이날 코스만회장및 빌름스 기술이사, 제틀마이어 재무이사 등 이사진 전원이 한국에서 이사회를 열고 투자를 결정했다. 이 회사의 코스만사장은 이처럼 한국에 장기투자를 하기로 결정하고 있는 것은 "정리해고에 의한 노동생산성향상으로 장기적으론 제조업투자가 희망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경기 화성에 있는 광산기공에 합작투자를 한 프랑스의 MS사도 역시종업원 60명의 중소기업으로 건자재 프로세싱플랜트 분야에서 광산기공과 손잡고 생산하기 위해 12.5%의 지분참여를 결정했다. 이탈리아의 안젤로 로마니와 서봉물산이 독점 대리점계약을 맺은 것을 비롯 영국의 팬스앤블로어사가 보광산업과 손을 잡는 등 이미 12건의 협력관계가 이루어졌다. 다우코닝 등 다국적 거대기업들은 등을 돌렸으나 정리해고제의 정착이 유럽기업의 장기투자를 끌어들이는데는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인콰이어리를 보내온 나라 가운데 이탈리아는 산업용부품및 섬유제품제조에관한 것이 많았다. 프렐시(전기 컨트롤 시스템), 산드레토(플라스틱 사출), 사르마스(자동 어셈블리라인), 비그노치(하이드롤릭 펌프) 등이 산업부품분야에 투자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OGED(산업용 장갑), 퍼텍스(모피) 등은 섬유피혁분야의 합작기업을 찾고 있다. 영국은 플로체크 홉킨스 등이 밸브류생산에 참여하고 싶다고 요청을 해왔으며 커버데일 오소프레포 리빙스턴 등은 한국에서 전자부품을 생산할 기회를 물색중이다. 프랑스업체들은 제너레이터분야에서 손잡을 한국기업을 찾고 있으며 스위스기업들은 정밀계측기분야에서 기술제휴할 업체를 구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지원센터의 이동곤 처장은 "이들중 일부기업은 아직 한국의 외환위기가 덜 가라앉은데다 정리해고가 새로운 노사분규를 초래할 것을 걱정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기업도 더러 있다"면서 찾아오는 외국인들에게 "정리해고는 오히려 고급인력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때문에지금이 투자적기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유럽기업들이 환율인상으로 적은 돈으로도 한국에 투자할 기회를 얻게 된데다 제조업투자는 채권확보까지 가능해 이같은 장기투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더욱이 지난 1일부터 외국인투자가 전면 개방돼 유럽기업의 한국진출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국가별 협력요청 기업수 ]] 이탈리아 : 58개사 독일 : 25개사 영국 : 21개사 프랑스 : 10개사 스위스 : 10개사 스웨덴 : 3개사 기타 : 6개사 .계 : 133개사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