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살려야 경제가 산다] (3) '겉도는 민자 S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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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자본으로 추진되는 경인운하의 사업자를 선정하는데 걸린 시간은 2년6개월이었다. 입찰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이 아니다. 입찰참가자는 현대 동아 등 13개 건설업체로 구성된 콘서시엄 하나뿐이었다. 단독 입찰자의 사업계획서를 검토하는데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뭘까. 답은 은행이자에도 훨씬 못미치는 낮은 사업수익성 탓이다. 현행 민자유치법은 사업수익률을 투자규모의 10%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때문에 콘서시엄 참여업체들이 수익성을 보장받기 위해 택지개발권 등 부대사업 운영권을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정부도 이에 공감, 뒤늦게 업체요구를 수용키로 했다. 그러다보니 법을 바꿔야 하고 부대사업거리도 공동으로 찾아야 했다. 이 작업이 2년6개월 걸린 것이다. 오는 2000년을 준공목표로 지난 95년부터 추진돼온 "부산-김해간 경전철사업"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원래대로라면 공사현장에서 한창 굉음이 울려퍼질 시점이다. 그러나 여지껏 말뚝하나 못박고 있다. 건설교통부가 지난해 8월 민간기업를 대상으로 사업계획서를 받았으나 단 한건의 신청도 없었다. 이제는 담당 공무원마저 없어져 사업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투자리스크를 최소화할 장치가 없는데다 투자수익률도 낮아 민간기업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한 경우다. 정부가 지난 94년부터 재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민자유치대상으로 선정한 사회간접자본시설(SOC)은 모두 40개 사업. 금액으로 따지면 36조원에 이른다. 이중 착공에 들어간 사업은 부산신항 등 5개뿐. 사업자가 선정된 사업도 경인운하 등 4건에 지나지 않는다. 31개 사업은 실종상태다. 몇년씩 "기본계획수립중" 또는 "검토중"이라는 말만 되풀이되고 있다. SOC 사업은 더이상 지체되서는 안된다. 실업자를 구제하고,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에는 이만한 특효약이 없다. 하지만 "민자유치사업은 한마디로 투자는 있으나 이익이 없다. 수익률이 10%에 불과해 사업성이 없다. 사업전망이 확실치도 않은데다 리스크분담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다"는게 홍성웅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이 진단하는 국내 민자사업의 현주소다. 해결 방법은 있는가. 외국자본의 유치가 당장의 해결책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투자환경 아래서는 곤란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외자유치에 장애물이 산적해 있어서다. "낮은 투자수익률은 고사하고 투자리스크를 분산시키거나 환리스크를 회피할 장치(헤징.Hedging)조차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사업추진절차가 복잡하고 행정업무처리가 경직돼 시간이 오래 걸린다"(한용석 대우경제연구소연구위원) 외자유치에는 무엇보다 사업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이 시급하다. 선진국은 물론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 국가 수준인 18%이상은 보장돼야외자 유치가 가능하다. 정부구매, 간접 금융지원 등을 통해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뿐 아니다. 다단계 창구등 복잡한 행정절차나 프로젝트 입안-관리의 후진성 등 극복해야할 과제가 수없이 많다. 원스톱 행정서비스를 지원할 이른바 "외자유치청"같은 독립기구 설립 역시필요하다. "투자있는 곳에 수익있다(Interests to Investments)". 우리 식으로 하면 청훈에 해당되는 이 표어는 영구웨일즈개발청 로비에 걸려있다. 외국의 투자자가 이곳에 투자할 이유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말이다. 지난 79년 외자유치를 목적으로 설립된 개발청은 "원스톱 행정서비스, 18%이상의 사업수익률보장, 금융지원"을 앞세워 그동안 전세계 20여개국에서 4백여개 해외기업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개발청 업무는 투자프로젝트 발굴과 리스크분담 등 투자환경을 개선하는데있다. 3백40명의 직원은 측량에서부터 프로젝트메니저, 투자자문가 등 각계 전문가들이다. 웨일즈개발대부금.기술지원기금.지분융자 등의 방식으로 투자자에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황재필 영국 웨일즈개발청 서울사무소장의 말은 달러 한푼이 아쉬운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 부진한 민자유치 사업현황 ]] .사업명 : 부산~김해 경전철 내용 - 위치 : 부산사상역~김해공항~김해시 상계동 - 규모 : 24.5km - 사업비 : 8,428억원 당초사업기간 - 95~2000년 추진현황 - 사업계획서접수(97.8.11) - 추진대책 수립중 .사업명 : 서울~하남 경전철 내용 - 위치 : 서울 강동~하남시 창우동 - 규모 : 10.5km - 사업비 : 2,227억원 당초사업기간 - 95~2000년 추진현황 - 환경영향평가 실시중(97.12~) .사업명 : 대구~대동 고속도로 내용 - 위치 : 대구시 동구~김해군 대동면 - 규모 : 82.1km - 사업비 : 2조3,520억원 당초사업기간 - 95~2000년 추진현황 - 우선협상대상자 선정(96.7.3) - 사업자 지정(98.3) - 공사착공(미정) .사업명 : 대전~당진 고속도로 내용 - 규모 : 93.5km - 사업비 : 1조6,632억원 당초사업기간 - 96~2001년 추진현황 - 시설사업기본계획 수립중 .사업명 : 구미~옥포고속도로 내용 - 규모 : 60km - 사업비 : 1조2,131억원 당초사업기간 - 96~2001년 추진현황 - 시설사업기본계획 수립중 .사업명 : 의정부 경전철 내용 - 위치 : 서울 도봉산역~의정부시 송산동 - 규모 : 14.9km - 사업비 : 4,490억원 당초사업기간 - 96~2002년 추진현황 - 기본계획 검토중 .사업명 : 중부권 복합화물터미널 내용 - 위치 : 청원군 부용면 - 규모 : 18만평 - 사업비 : 4,035억원 당초사업기간 - 97~2001년 추진현황 - 시설사업기본계획 고시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