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IMF의 어두운 그림자

"돈을 돌려달라" "형편이 안되니 기다려라" 아파트 해약을 둘러싼 청약자와 주택업체간의 실랑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이후 이같은 다툼은 거의 일상화됐다. 하지만 뾰쪽한 해결방안이 없어 소비자와 업체 모두 골머리만 앓고 있다. 실직 감봉 급여삭감 등으로 심각한 생활고를 겪는 입주예정자들이 내집마련의 꿈을 포기한채 중도금 반환을 요구하는 너무도 당연하다. 분양가의 10%를 위약금으로 손해보면서까지 해약하겠다는 것은 입주자의 권리이기도 하다. 주택업체들 사정도 딱하다. 대출이 거의 막혀 연체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운영자금도 빠듯하다. 잇단 부도사태로 신용도는 바닥이다. 외상으로 건축자재를 산다는 일은 상상도 못한다. 사정이 이러니 청약자들의 해약요구를 들어줄리 만무하다. 만약 그들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진행중인 공사를 당장 중단해야 할 지경이다. 더욱 안쓰런 것은 이런 분쟁을 중재할 장치가 없다는 점. 당사자간의 "원만한" 협의 말고는 대안이 없다. 물론 소송을 제기할수 있다. 하지만 재판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다. 사정은 딱하지만 양쪽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앓이만 한다. "얘 아빠가 실직해 얘들 학비는 고사하고 생활비도 없어요. 카드회사에서는매일 빚독촉을 하고 있지만 적색거래자여서 돈 빌릴데도 없고요. 중도금을 돌려달라고 사정한지가 벌써 5개월쨉니다" 분양사무실에서 만난 40대 아주머니의 눈물섞인 하소연이다. 서민들과 업체간의 줄다리기는 당분간 평행선을 달릴 것이다. 그 해결의 종착역이 보이지 않는다는게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김태철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