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우주 노아 방주

귀뚜라미는 가을에 우는 벌레다. 울음소리가 특이해 많은 시인의 친구가 됐다. 두보는 하잘것없는 저 귀뚜라미의 구슬픈 울음은 어떻게 사람을 감동시키나 하고 노래했다. 미 HD 소로우는 울음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왜 그런지 때늦은 것 같은 처량한 느낌이 든다고 읊었다. 귀뚜라미는 싸움을 잘한다. 중국에 추우심이라는 노름이 있다. 귀뚜라미를 사육해서 싸움을 시키고 돈내기를 한다. 이긴 놈에게는 장군 대장군이라는 칭호까지 준다. 싸움을 잘하게 모기를 먹인다. 사람의 피를 잔뜩 빨아먹은 암모기를 먹이면 힘이 세진다. 고기를 쌀알만큼 썰어서 영사와 섞어주기도 한다. 귀뚜라미가 우주에 간다. 미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무중력상태에서 생물의 신경조직을 연구하려고 현대판 "노아의 방주"가 되어 귀뚜라미 1천5백14마리, 달팽이 1백35마리, 쥐 1백52마리, 물고기 2백23마리 등을 싣고 우주로 떠난다. 귀뚜라미가 탑승객으로 뽑힌 이유는 몸 밖에 있는 중력감각기 때문이라 한다. 이것이 무중력 상태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궁금한 것이다. 쥐는 네발이 달렸고 왕성한 번식력이 고려된것 같다. 달팽이는 시력이 없으나 명암으로 물체를 판별한다. 먹이는 냄새를 맡고 찾아간다. 소리를 전혀 못듣는다. 암수동체이나 자가수정은 않는다. 물고기는 수중생물로 선택됐다. 우주에서는 물체에 무게가 없다. 때문에 사람의 심장은 게으름뱅이가 된다. 혈액의 무게가 없어져 펌프질에 지상에서 보다 힘이 덜 든다. 심장이 약한 사람에게 우주는 편한 세상이다. 신혼여행자에게는 저중력호텔로 낙원이 될 수 있다고 "하이 프런티어"의 저자인 미 프린스턴대 오닐 교수는 적고 있다. 그러나 우주여행에 앞선 무중력환경속으로의 진입은 즐겁지만은 않다. 최초로 우주를 난 러시아의 가가린은 "기분이 좋았다"고 했으나 두번째로 난 티토프는 현기증과 구역질, 그리고 두통을 호소했다. 우주인의 75%가 티토프와 비슷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소위 우주의 노아방주 계획은 미국 캐나다 일본 프랑스 독일 등이 여러해 전부터 준비해 왔다. 인류의 우주생활 청사진이 멋지도록 희소식을 기대해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