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구의 골프컨트롤] (224) 모래조차 초록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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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매스터즈 출장에서 돌아와 보니 골퍼들 사이엔 여전히 대회의 잔영이 남아 있었다. 경기적측면에선 연장을 바랐던 골퍼도 많았지만 오메라의 버디-버디 피니시도 "알 수 없는 골프"를 증명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58세 잭 니클로스와 아마추어 매트 쿠처도 이번 매스터즈의 "또다른 승자"를 의미했다. 니클로스는 마지막라운드 마지막홀에서 컵 3cm에 붙은 볼을 바로 홀아웃하지 않고 마크했다. 비록 "우승보다 더 값진 성취는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한 니클로스지만 그역시 "자신만의 피날레를 장식해야 하는 의무"와 실제 그런 제스처를 취하는 멋을 알고 있었다. 아마추어로서 사상 두번째로 좋은 스코어를 낸 쿠처(19)는 언제나 웃음띤 얼굴과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했다. 그같은 천진함은 "자신만이 최고"라는 식의 우즈 이미지와 좋은 대조를 이뤘다. 우즈의 부진을 아쉬워한 분위기가 엷었다는 점도 역설적으로 쿠처의 인기를 상징한다. 그러면 마지막 승자는 누구일까. 그것은 오거스타 내셔널GC이다. 그들이 어느정도로 매스터즈 준비에 철저한가는 "디보트의 전무"에서 증명된다. 화면상으로 매스터즈는 디보트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페어웨이 디보트는 떨어져 나간 잔디를 다시 메꾸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파3홀 티잉그라운드에서도 디보트가 안보이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그것은 디보트를 메꾸는 모래가 초록색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래조차 초록색으로 물들여 사용한다. 매스터즈는 그정도로 준비되면서 매년 드라마를 창조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