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약효 못느끼는 건설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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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들어 내놓은 건설경기 활성화대책은 한권의 책이 될만큼 많다. 굵직한 정책들을 일주일에 한 두번꼴로 쏟아내 정신을 못차릴 정도다. 여기에는 건설업계의 요구사항이 대부분 들어 있다. 오히려 업계가 놀랄 정도로 각종 대책들이 신속하게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업체들은 전혀 약효를 못느끼고 있다. 정부정책을 믿고 집행기관을 찾아가지만 "정책 따로 일선창구 따로"만 확인하고 발길을 돌리기 일쑤다. 당장 목줄을 죄고 있는 돈문제를 풀어야 하는데도 과거의 관행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월초 공공공사 선급.기성금을 조기에 현금으로 지급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공공발주기관에선 아직 공사대금을 할인료도 주지 않고 90일짜리 어음으로 지급하고 있다. 한달에 한번 지급키로한 기성금도 여전히 석달에 한번 주고 있다. 재경부가 공사비에 물가인상분을 반영해 주라는 지침을 지난 1월과 3월 두차례나 내려 보냈으나 아직까지 반영된 사례는 없다. 임의조항이어서 법적구속력이 없고 예산도 여의치 않다는게 발주관청의 답변이다. 특히 정부는 올 SOC예산의 78%인 8조원을 상반기에 발주하겠다고 발표했으나실적은 극히 부진하다. 발주처에 전화하면 그럴 계획이 있느냐는 어처구니 없는 대답만 듣게 된다. 이와중에 속병이 깊어가는건 건설업체들 뿐이다. 도산이 잇따르고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업체들도 신규사업은 엄두도 못내고 임금체불로 빈사상태에 있다. "제도와 정책이 번지르르하면 뭐합니까. 실행이 돼야지요. 업체들이 다 쓰러지고 난뒤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한 건설업체 중역의 푸념섞인 이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유대형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