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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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 로렌(59.폴로&랄프 로렌)은 지난해 6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가 됐다. 2위는 캘빈 클라인(56)으로 44억달러어치를 판매했다. 패션디자이너 두사람이 1백4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97년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출액은 1백7억달러였다. 에르메스 넥타이나 스카프, 샤넬이나 구치 핸드백의 가격을 처음 들은 사람은 대부분 자신의 귀를 의심한다. 티파니(귀금속)나 바카라(크리스털) 가게에 들른 사람도 마찬가지다. 팔로마 피카소가 디자인한 티파니의 18K목걸이 값은 보통것의 5배가 넘는다. 에르메스나 샤넬, 구치, 바카라도 비슷하다. 이유는 디자인때문이다. 국내 소비자의 외제품 구입사유중 54%는 "디자인이 좋아서"다. "품질이 좋아서"는 37%다. 청소년 대상 설문에서도 역시 "디자인이 좋다"가 37%로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디자인 수준은 자동차가 미국 일본 등의 50~60%, 가전제품 60~70%, 의류 50~60%, 문구류 70~80%로 나타났다. 기업의 자체디자인 개발능력은 대기업 50%, 중소기업 30%로 조사됐다. 21세기는 이미지시대가 될 것이고 따라서 디자인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리라고 한다.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디자인 개발"만이 살 길이라는 소리가 높다. 국내 디자이너들이 뭉쳐 "어울림"이라는 이름으로 98한국디자이너대회를 연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KIDP)이 2000년 세계그래픽디자인대회와 2001년 세계디자인총회를 앞두고 주최한 이 대회에 전경련과 대한상의 기협중앙회가후원을 맡은 것도 반갑다. 디자인한국을 이룩하려면 기업의 디자이너에 대한 이해와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디자인 개발은 말만으로 되지 않는다. 우리 문화예술 및 세계의 유행과 흐름에 대한 폭넓은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이는 디자이너끼리는 물론 기업과 정부가 힘을 모을 때 가능하다. 귀족적이고 화려한 것은 무조건 나쁘다는 생각을 버리고 개성과 차별화를 요구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필수적이다. 뛰어난 디자인과 이를 담아낼 수 있는 기술은 산업을 이끄는 두개의 수레바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