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권력횡포 감사한적 있나..김대통령 '격려성 질책'

타부처나 공공사업 등에 대해 감사만을 해온 감사원이 모처럼 "외부감사"를 받았다. 25년만에 감사원을 찾은 대통령으로부터 "의외"의 질책을 받은 것. 당초 감사원은 김대중대통령의 방문을 통상적인 업무보고보다는 직원들 격려에 촛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막상 김대통령은 이날 감사원을 호되게 꾸짖고 나섰다. 김대통령은 "감사원이 큰 것은 놔두고 작은 것만 감사하면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라며 그동안의 감사관행에 일침을 가했다. 이어 "과거 정부가 은행장을 맘대로 임명하고 은행이 특정재벌에 엄청난 돈을 특혜대출해 주는 소위 관치금융과 권력의 횡포에 대해 감사원이 불법부당성을 감사한 적이 있는가"하고 반문했다. 김대통령은 심지어 "감사원이 관치금융과 정경유착 부분에 대해 관직을 걸고 감사를 잘 했더라면 환란도 없었을 것"이라고까지 말해 감사원 관계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김대통령은 "감사원이 그동안 본연의 입장에서 할일을 못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대형공공사업 등 힘있는 곳에 메스를 대라고 주문했다. 김대통령은 그러나 감사원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대통령이 25년만에 감사원을 방문한 의미는 결코 적지 않다. 국민정부가 감사원에 얼마나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가를 단적으로 표시하는 것이다"라는말은 바로 이같은 대목이다. 그는 특히 "감사원은 국정전반을 살펴 혼탁하고 막히고 역류하는 부분을 지적,필요시 대통령이나 행정부, 법에 호소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며 감사원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 부정척결뿐 아니라 국정을 살펴 원만하고 능률적인 행정을 유도하는 기능을 가진 만큼 감사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하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업무보고가 끝난후 박지원 청와대대변인은 "감사원에 대한 나무람도 있었지만 어느 부처 업무보고 때보다도 많은 기대감을 표시했고 감사원에 무게를 실어주는데도 상당한 배려를 한 것같다"고 설명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