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삼비주의'의 거품 .. 정용문 <한솔PCS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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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성장과 이익은 자동차의 앞바퀴와 뒷바퀴처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성장 일변도 전략아래 질보다는 양을 중시하는풍토에서 자라왔으며, 이로 인한 거품같은 기업의 성장이 IMF체제를 재촉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지나친 성장 위주 전략은 항상 "경쟁사대비" "계획대비" "전년대비"등의 이른바 "삼비주의"로 치닫게 만들어 부실화를 자초하는 것이 통례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옛 소련을 중심으로한 공산권의 경제가 양의 노르마(노동기준량)에 치중하다가 결국 질의 붕괴를 가져와 몰락한 것을 들 수 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하의 농장이나 공장에서 노르마가 생산품의 t수나 대수로 결정되다보니 질의 악화를 초래하는 중대한 결함이 생겼다. 매년 생산목표를 수백% 초과달성하고 이를 자랑해온 경제가 어느날 하루 아침에 붕괴되고 결국 체제의 붕괴로 이어진 것이다. 옛 소련의 금속가구 공장에서는 생산물의 t수를 노르마로 주었다. 대수로 하면 서랍이나 소대가 없는 간단하고 조잡한 것을 만들 우려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결과 소련의 금속가구는 매년 무거워지고 말았다. 규격을 정하는 관리나 전문가들이 전년대비 몇% 증가의 노르마를 달성하기위해 튼튼해야 한다는 구실로 점점 더 무거운 가구를 만들다 보니 이런 웃지 못할 일이 생긴 것이다. 이것은 실질적인 효율의 저하는 물론 국가의 자원을 낭비하는 것으로 모든공장과 농장이 노르마를 초과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회주의경제가 무너지게된 이유이다. 기업의 성장없이 이익 없고, 이익 없이 성장이 불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참된 성장은 효율을 중시하는 경영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안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