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노트] (국제경제의 논리) (8) '만들어진 비교우위'

비교우위이론은 국가간에 무역이 발생하는 원리를 설명한 고전적인 이론이다. 두 재화를 생산하는 두 나라를 가정했을 때 각국은 두 재화 가운데 상대적으로 싸게 생산할 수 있는 재화에 특화해서 물건을 만들고 교역을 하면 양국 모두에 득이 된다는 것이다. 이때 상대적으로 싼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은 생산하는데 집중적으로 필요한 생산요소가 풍부한 상품을 생산하는 경우다. 그런데 이같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비교우위는 그 나라에 "이미 존재하는"생산요소가 다른 생산요소에 비해 풍부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생산요소를 구입하는 것 이외의 다른 요인에 의해서 생산비용이 크게 좌우되는 경우에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비교우위를 따지기가 어렵다. 첨단산업의 경우 비교우위는 만들어지는 경향이 강하다. 반도체와 같은 첨단기술산업의 경우 이른바 학습곡선 혹은 경험곡선(learning curve)효과라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경험곡선효과란 생산의 시작단계에서는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생산을 거듭할수록 이같은 문제가 해결되면서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특히 기존의 제품을 발전시켜 빠른 속도로 새로운 세대의 상품이 개발되고 생산되는 경우에는 이같은 경험곡선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난다. 따라서 이같은 부문에서는 얼마나 빨리 많은 상품을 만드는가가 비용절감과가격경쟁력의 확보에 매우 중요하다. 결국 생산요소의 상대적인 가격보다 신속 대량생산을 위한 기업활동이나 그러한 기업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 기업의 거래관행 등이 비용절감을 위한 중요한 요소가 되고 이때의 비교우위는 "만들어지는"것으로 볼 수 있다. 비교우위가 기업활동이나 정책, 거래관행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은 최근들어 무역마찰의 새로운 불씨가 되고 있다. 정부가 자국의 첨단기술산업에 대해 특별한 지원책을 시행하거나 거래관행상 장벽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경험곡선효과 때문에 일단 기술적인 측면에서 비교우위가 만들어지면 다른 나라의 기업들이 경쟁에 따라갈 수 없고 이는 불공정행위라는 것이다. 미국은 80년대 이후 미국과 일본, 한국과 미국간에 논의되었던 반도체를 둘러싼 무역마찰에서 이같은 논리를 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반도체의 수출이 국내경기의 흐름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만큼 첨단기술산업의 발전을 이루고 있다. 이들 부문에서의 비교우위를 잘 만들어나가는 것과 이로인해 발생하는 다른 양상의 통상문제에 적절히 대응해 나가는 것이 여느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노택선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4일자 ).